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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D-1] 평화 무드에 나홀로 울상 짓는 방산주
입력 2018-04-26 09:14 

남북정상회담이 전반적으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데에 이견이 없지만 모든 업종이 수혜 대상인 것은 아니다. 특히 그동안 남북간 군사 긴장감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던 방위산업주들은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소외주로 전락한 모습이다.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화테크윈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주가가 3만6000원에서 2만5050원까지 30.41%나 하락했다. 1조9195억원이던 시가총액이 1조3203억원으로 무려 5992억원이나 증발했다.
최근 주가는 더욱 바닥을 기고 있다. 한화테크윈 주가는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5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한화테크윈과 함께 대표적인 방산주로 꼽히는 한국항공우주와 LIG넥스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국항공우주의 주가는 올해 -6.53%, LIG넥스원은 -30.18%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연초 이후 이들 3개 방위산업주들에서 무려 1조4066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들 방산주는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때마다 방위비 증가에 따른 수혜 기대감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간의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있었던 지난 2016년 9월과 비교하면 이들 방산주의 주가 하락폭은 훨씬 더 크다. 지난 2016년 9월 말 기준으로 한화테크윈은 -60.61%, LIG넥스원은 -49.87%, 한국항공우주는 -41.93%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불과 2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주가가 반토막이 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3개 대형 방산업체의 주가 하락이 비단 남북간의 긴장 완화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개별 종목마다 시장의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일들이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도 주가 하락의 한 요인이라는 해석이다.
한국항공우주의 경우 지난해 방산비리에 이어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됐고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한화테크윈은 지난 2016년 3분기 이후 지난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 3분기에도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 16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22억원의 실적을 기록해 실망감을 더했다. LIG넥스원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688억원의 영업이익을 쌓았다가 4분기에만 645억원의 적자를 냈다. 개발사업에 따른 충당금 설정이 반복되면서 실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증권가는 남북 화해 무드가 무르익으면서 투자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데다 투자자 신뢰 회복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이들 대형 방산주의 주가 회복이 쉽지는 않겠지만 단기적으로 미국의 공군 노후 훈련기를 교체하는 고등훈련기 사업(APT 사업) 수주전이 주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업은 1차로 17조원 규모이며 향후 사업 진행에 따라 수주금액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록히드마틴·한국항공우주 컨소시엄과 보잉·사브 컨소시엄의 2파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내달경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예정돼 있다. 한국항공우주가 수주하게 되면 엔진을 제작하는 한화테크윈, 항공전자장비를 제작하는 LIG넥스원이 함께 수혜를 입게 된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방산업체들의 주가는 APT 사업 수주 여부가 결정할 전망"이라며 "한국항공우주는 APT 사업 수주시 1조3000억~5조3000억원, LIG넥스원은 1677억~4025억원, 한화테크윈은 906억~1006억원의 기업가치 상승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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