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어이없는 특별공급 불법청약…치과의사 월소득이 230만원, 장애인 자녀가 가구주
입력 2018-04-25 17:39  | 수정 2018-04-26 10:13
이달 4일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특별공급 청약 현장에서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매경DB]
# 외벌이 청약자 A씨는 월소득이 551만원으로 신혼부부 특별공급 3인 가족 기준 '500만원 이하'를 초과하자 꾀를 냈다. 아파트 청약접수를 20일 앞두고 모친을 전입시켜 4인 가구 소득 기준 '600만원 이하'에 맞춘 것이다. 그는 '로또'로 불린 새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 치과의사 B씨는 청약을 하면서 월소득을 230만원으로 신고했다. 그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 기준(3인 가족 500만원)을 맞추기 위해 소득을 낮춰 신고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최근 '로또 아파트'로 인기를 끌었던 서울 강남과 경기 과천 등지 아파트 특별공급에 위장전입 등 불법행위 의심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토교통부는 서울과 경기 과천에서 최근 분양한 아파트의 특별공급 당첨자 청약 불법행위를 점검한 결과 의심 사례 50건을 적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점검 단지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과천 위버필드 △논현 아이파크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 등 5개 아파트다.
유형별로는 위장전입 의심 사례가 31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통장 불법거래 등을 통해 가족이 아닌 제3자가 대리 청약한 것이 9건, 허위 소득신고 의심 사례가 7건 포착됐다. 단지별로는 디에이치자이 개포에서만 30건이 적발됐다. 강남권 '로또 분양' 열기에 따라 예상대로 불법행위가 만연했던 셈이다.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7건, 과천 위버필드 6건, 논현 아이파크 5건,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 2건 등 의심 사례가 적발됐다.
불법 의심 사례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위장전입은 다양한 형태였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 중에는 장애인 특별공급을 받기 위해 장애인 자녀를 위장전입시킨 것으로 의심되는 부모도 있었다. 이 부모는 나이가 어린 지체장애인 자녀를 다른 주소지에 혼자 사는 가구주로 등재했다. 국토부는 이들 부모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특별공급을 받기 위한 무주택 가구 구성원 요건을 맞추지 못하자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무원이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받기 위해 서울로 위장전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적발됐다. 전남 지역에서 근무하는 이 공무원은 부인 명의의 집이 현지에 있지만 혼자 서울에 주소를 두고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당첨됐다. 서울 집에서 전남 직장까지 출퇴근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여서 위장전입이 의심된다. 또 가족이 아닌 제3자가 대리 청약해 통장 불법 거래 정황까지 나타났다.
국토부는 적발된 사례를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특별시 민생사법경찰단(특별사법경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수사 과정에서 의심 사례를 소명하지 못하면 처벌을 받는다. 주택 공급질서 교란행위로 확정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주택공급 계약이 취소되며 앞으로 주택청약 시 공공주택은 10년, 투기과열지구는 5년, 그외 지역은 3년간 자격 제한을 받는다. 다만 이번에 적발된 의심 사례자에 대한 계약 취소는 수사 및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유보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50건 중 대부분이 계약한 것으로 안다"며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취소 처분 및 처벌을 받고 해당 물량은 일반분양 예비당첨자에게 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디에이치자이 개포 등 예비 당첨자들은 더 복잡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진행 중인 이번 점검 단지의 일반공급 당첨자 조사가 끝나면 일단 예비당첨자 추첨을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특별공급 의심 사례자 중에서 실제 계약 취소가 나오면 '또 다른 트랙'으로 예비당첨자 추첨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예비당첨자 입장에선 기약 없이 물량을 기다리든지, 아니면 포기하고 다른 아파트에 청약할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9억원 초과 주택을 특별공급 대상에서 빼는 등 제도를 손질하고 있지만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다자녀, 노부모 부양 특별공급이 있는 만큼 이들 특별공급을 확대하는 대신 부양가족 배점을 없애고 무주택 기간과 통장가입 기간만으로 가점제를 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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