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 자세에서 손을 뻗으니까 잘 안 닿고 힘이 드네요. 뒤쪽으로 줄이 길면 눈치 보일 것 같아요"
지난 24일 서울 충무로 한 패스트푸드점에 설치된 키오스크 앞. 휠체어에 앉은 높이에서 손을 뻗었지만 위쪽 선택지에는 닿지 않았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키오스크로만 주문을 받는 한 커피전문점에 설치된 키오스크 앞에는 휠체어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공간만 존재했다. 여유 공간 뒤로는 난간이 있었다.
최근 편리함과 효율성을 위해 영화관과 음식점, 카페 등에 잇달아 설치되고 있는 키오스크가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휠체어에 탄 사람은 위쪽 메뉴에 손이 닿지 않는 정도지만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키오스크를 아예 이용할 수 없다. 음성 인식 모드가 없기 때문이다. 키오스크를 이용하던 박준이 씨(25)는 "키오스크에 영어번역 시스템도 있는데 장애인을 배려한 시스템이 없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휠체어 모드를 설정한 맥도날드 키오스크. 손은 닿지만 글씨가 작아져 잘 보이지 않는다. [사진 = 양현주 인턴기자]
맥도날드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지만 아직까지 불편한 점이 많다는 평가다.맥도날드는 휠체어를 타서 손이 닿지 않는 고객들을 위해 키오스크에 손이 닿는 위치로 화면을 내려 보내는 기능을 추가했다. 하지만 화면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글자도 함께 작아져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휠체어를 타면서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개선된 키오스크 역시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스템은 아예 배제됐다.
장애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시설은 키오스크 뿐만이 아니다. 은행 ATM기의 경우 기계에 이어폰을 꽂으면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편리해졌지만 휠체어 앞부분 여유 공간이 없어 휠체어를 탄 사람은 여전히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은행 서비스 각 창마다 제한시간이 짧아 몸이 불편한 사람이 이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성원 씨(25)는 "아직까지 장애인들을 배려하는 시설이 부족하다"라며 "개선되고 있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키오스크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 및 이용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을 인지하고 김수민 의원 등 10인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사업자가 무인단말기를 설치·운영하는 경우 장애인이 일반인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디지털뉴스국 양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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