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약, 술, 도박 중독 잠재우는 강력한 치료제 나오나
입력 2018-04-24 14:34 
(1) 마약은 도파민 급증을 초래해 뇌의 보상시스템을 망가뜨린다 (2) 새로운 약물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GABA)`를 늘려 도파민 급증을 억제한다. (3) 도파민 수용체를 직접 차단해 도파민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 = 사이언스]

약이 없어 손 쓸 길 없던 마약 중독 치료제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독을 일으키는 뇌의 보상시스템을 차단하는 후보약물이 속속 등장하고, 일부는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마약 등 특정 대상을 강하게 탐닉하도록 만드는 뇌의 보상시스템을 바로잡아 중독을 치료하는 새로운 후보약물 'OV329가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코카인이나 니코틴에 중독된 쥐에게 'OV329를 주입했더니, 쥐들이 더 이상 마약을 찾지 않고 스스로 투여하기를 멈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실험결과는 지난 1월 30일 '미국화학회저널'에 처음 발표됐다. 실버맨 리처드 노스웨스턴대 박사(화학)는 최근 '사이언스'지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마약중독 치료제에 대한 의학적 수요는 엄청나지만, 거의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며 "뇌의 보상시스템을 직접 겨냥하는 방식으로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중독은 대개 강한 쾌락성 자극이 뇌의 정상적인 보상시스템을 망가뜨릴 때 생긴다. 원래 뇌의 보상시스템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성적 활동을 하는 등 즐거운 행위를 추구하도록 동기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강렬한 쾌감이 반복되면 이 시스템이 마비되고, 도파민이란 신경전달물질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계속 해당 자극을 갈구하도록 만든다. 마약을 처음 접했을 때와 비슷한 환경에 처하거나 마약을 연상시키는 장면만 봐도 도파민 분비가 치솟으면서 다시 약에 손을 대게 된다.
새로운 약물은 이처럼 동기 부여에 관여하는 도파민 전달을 직접 차단하는 데 방점을 둔다. 기존 치료제는 대부분 마약이 주는 쾌감을 대체해 그 자리를 대신하려 했다. 예컨대 아편류 중독을 치료하는 '부프레노르핀'은 아편류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중독자들의 갈망을 부분적으로 충족시켜줬다. 그러나 결코 마약과 같은 수준의 쾌감을 제공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고, 중독자들은 '진짜 쾌감'을 찾아 약물을 과다복용했다.

이에 반해 OV329는 억제성 신호물질인 가바(GABA·감마아미노부틸산)를 늘리는 방식으로 도파민을 분비를 억제한다. 치솟는 도파민의 양을 줄였더니 쾌감을 좇는 보상반응도 잦아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원리로는 마약뿐 아니라 알코올, 도박, 게임, 음식 등에 대한 중독 증상까지 잠재울 수 있다. 약물 개발권은 '오비드 테라퓨틱스'사에 이전된 상태다. 오비드에서 전임상(동물실험)을 총괄하는 브랫 에브라함 박사는 "뇌는 마약 중독자에게 '좋았던 순간의 느낌'을 늘 떠올리게 하는데, 우리가 물리치려 하는 건 바로 이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뇌의 보상시스템을 정상화시키려는 약물 개발도 진행 중이다. 가령 코카인에 중독된 환자들의 뇌에는 도파민 수용체의 일부분인 D3 수용체가 많이 존재하는데, 최근에는 이 D3 수용체를 차단함으로써 중독을 치료하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체내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약점도 빠르게 보완되는 추세다. 미 국립 약물남용연구소의 에이미 호크 뉴먼 박사(의약화학)는 '신경약리학'에 기고한 논문에서 D3 수용체 차단제를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에 중독된 쥐에게 투여했더니 자가 투약량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현재 영장류 대상 전임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뉴먼 박사는 "아직 초기 단계긴 하지만 D3 수용체를 차단한다는 것은 매우 영리한 전략이며, 큰 성과가 기대되는 접근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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