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시가총액 11% 정도의 지배회사 지분만으로 대한항공을 쥐고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지분 29.96%를 갖고 있는 지주사인 한진칼이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지분은 0.01%로, 총수 일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대한항공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총수 일가는 한진칼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17.84%로 ▲조 사장 2.34% ▲조 전 부사장 2.31% ▲조 전 전무 2.30% 등 총수 일가와 특수관계인이 28.96%를 갖고 있다.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24.79%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일가가 지배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통해 대한항공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수 일가의 한진칼 지분 규모는 시가총액으로 보면 전일 기준 3600억원 규모로, 대한항공 시가총액 3조2484억원의 11.1%에 불과하다. 3600억원 어치의 지분으로 시가총액 3조2000억원이 넘는 대한항공을 흔드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주주들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기업 가치 회복과 전문경영인 위주의 경영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수 일가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회사의 브랜드 가치와 신뢰가 크게 떨어지면서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을 향한 목소리가 높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대한항공과 한진칼 보유지분은 지난 6일 기준 각각 12.45%와 11.81%다. 한국투신운용도 한진칼 지분 7.69%를 보유해 국민연금과 한국투신을 합하면 20%에 달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7일 라디오방송을 통해 "총수일가를 제외하면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의 2대 주주"라며 "재벌 3세들의 경영 복귀를 반대하거나 최소한 국가 이미지 실추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한진칼 이사회를 소집할 수는 있지만 조 회장과 조 사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사내이사 대부분이 대한항공 임원 출신인데다, 사외이사도 회사가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들이기 때문에 실력행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