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인수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의 한국 기업은 SK하이닉스다. SK그룹의 투자규모는 약 4조원이다.
최 회장은 19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에서 열린 제3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 행사를 마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 문제가 나더라도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인수 건이) 무역분쟁과 별 상관없는 건이라서 곧 해결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재협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웃으면서 "그런건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도시바는 지난해 도시바메모리 최종 인수자로 한미일 연합을 택했다.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를 마무리 지으려면 주요국으로부터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한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 브라질, 필리핀, 대만, 한국 등 7개국 정부의 반독점 심사가 끝났다. 발목을 잡은 건 중국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최근 미국과의 무역분쟁 때문에 의도적으로 반독점 심사를 늦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베인캐피털이 미국 사모펀드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미국 퀄컴의 NXP 인수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이 정한 도시바메모리 1차 매각 시한은 지난달 31일로 이미 넘겼다. 2차 시한은 5월 1일이다. 지난 13일까지 중국의 승인이 나와야했지만 이 또한 지나가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 간의 계약이 불발된다면 재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도시바 일부 주주는 도시바메모리가 너무 싼 가격에 매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각가는 현재 187억 달러(약 19조8500억원)이지만 재협상 시 200억 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도시바 경영진들은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최 회장의 자신감도 여기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해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최종 인수자 선정을 위해 일본 출장을 떠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 보아오 포럼도 참석을 위해 중국으로 향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 좌담회에도 참석했다. 다만 SK그룹 관계자는 "좌담회에 참석했을 뿐 시진핑과 독대하거나 별도로 얘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면서 "사업과 관련해 중국 당국자들과도 만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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