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연세계만 존재하는 `카이랄`구조…금 입자로 재현하는데 성공
입력 2018-04-19 02:03  | 수정 2018-04-19 08:54
연구진이 최초로 개발한 거울 대칭상의 금 나노 기하구조 모습
펩타이드를 이용하여 세계 최초로 구현된, 거울상 기하 구조를 가진 금 나노 입자의 모형(좌) 및 전자현미경 사진(우) [사진 제공 = 서울대]

국내 연구진이 자연계에만 존재하는 거울 대칭 구조를 금 입자를 활용해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와 노준석 포스텍 화학공학과·기계공학과 교수, 장기석 LG디스플레이 책임연구원 등 산학 공동 연구진은 생체분자만의 고유한 구조로 여겨졌던 '거울상 대칭구조'를 금 나노 입자에서 세계 최초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18일자(현지시간)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국내 과학자로만 이루어진 연구진이 네이처 표지논문을 장식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네이처는 영향력이 큰 연구결과를 선정해 관련 분야 석학이 논문의 의미와 내용을 설명하는 '뉴스앤뷰' 섹션에 이번 논문을 소개하기도 했다.
오른손과 왼손의 구조는 동일해 보인다. 하지만 왼손용 야구 글러브를 오른손에 착용할 수 없듯이, 거울로 보면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겹쳐지지 않는 특성을 '거울상 이성질' 또는 '카이랄' 구조라고 부른다. 단백질의 기본 구조인 아미노산 등 우리 몸에서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작은 크기의 분자는 이처럼 카이랄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카이랄 구조를 띈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재료는 독특한 특성을 나타내는 만큼 촉매, 광학, 센싱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금속과 같은 무기재료를 나노미터 크기 수준의 작은 카이랄 구조로 만드는 것은 공정이 복잡할 뿐 아니라 안정성 등에 문제가 생기면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왔다.
네이처 표지 모습
연구진은 2개 이상의 아미노산이 결합되어 있는 '펩타이드'를 이용해 금 입자를 카이랄 구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남기태 교수는 "한 변이 약 100nm인 정육면체의 각 면에 시계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뒤틀린 구조체가 존재하는 새로운 구조의 나노입자를 개발했다"며 "빛에 대한 반응성을 토대로 이 입자가 생체분자 단백질의 100배 크기에 달하는 카이랄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금 입자를 만드는 과정에 펩타이드를 넣어주면 특정 결정면에 펩타이드가 달라붙으면서 카이랄 구조가 만들어졌다. 남기태 교수는 "그동안 금속 표면과 펩타이드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나노미터 크기의 카이랄 구조를 만들기 어려웠다"며 "우리 기술을 이용하면 금 뿐 아니라 다양한 금속을 카이랄 구조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후 LG디스플레이와의 협업을 통해 카이랄 구조를 갖고 있는 금 나노입자가 '3차원 편광현상'을 갖고 있음을 보였다. 편광현상이란 빛이 일정한 방향으로 진동함을 의미하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3D안경 등에 활용된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이번에 개발한 금 카이랄 구조를 디스플레이 등에 응용 가능함도 확인했다. 남기태 교수는 "디스플레이를 위한 새로운 개념의 가시광 편광소재로 바로 적용이 가능해 산업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거울상 대칭 펩타이드(반대의 카이랄 펩타이드)를 이용하여 합성된 거울상 대칭의 약 100나노 크기의 금속 나노 입자 [사진 제공 = 서울대]
연구진은 금속을 이용해 카이랄 구조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한 만큼 향후 재료 합성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연구진이 개발한 합성법은 다양한 재료로 확장이 가능한 만큼 나노 재료 합성 분야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현재 국내 및 해외 특허 출원이 완료된 상태다. 노준석 교수는 "거울상 기하 구조체는 광회전 선택성을 가지고 있어 이후 편광제어 광소자, 구조 색, 음의 굴절률 소재, 투명망토 및 바이오센싱 등의 분야에서 핵심 기술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세계 최초로 합성된 거울 대칭 금 나노 입자는 에너지 환경 촉매, 광 기반 커뮤니케이션, 홀로그램 등으로 이용될 수 있어 다양한 산업에 큰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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