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김기식 사퇴`에 금융권 패닉…"개혁 드라이브 제동"
입력 2018-04-17 15:21  | 수정 2018-04-17 15:32

한달새 금융감독원장 2명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면서 금감원은 물론 금융권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김기식 원장이 금융개혁에 앞장설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금감원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는 우려부터 김 원장의 사퇴를 내심 환영하는 목소리까지 각양각색한 금융권의 속내를 알아봤다.
"금융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잦은 수장 교체로 혼란
재벌개혁에 앞장서며 '저승사자'로 불리며 금융개혁 기대를 모았던 김기식 원장이 초단기 사퇴 금감원장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금융권 역시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잦은 수장 교체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원장이 이렇게 빠른 시일내에 사퇴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금융회사들의 경영은 금감원장의 성향과 정채기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수장이 자주 교체되니 일종의 '패닉'상태"라고 토로했다.
금융회사의 감시견 역할을 수행하는 금감원장들이 채용비리·외유성 출장 등 불미스러운 이슈로 연이어 낙마하자 금감원은 권위실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금감원 직원들 역시 착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 채용비리·삼성증권 사태 등 굵직한 이슈처리를 앞두고 일종의 리더십을 잃었다는 평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이은 수장 사퇴로 금감원 직원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인정한다"며 "금융기관에 공격적인 감사를 펼쳐야 할 시기인데 악재가 겹쳐 동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추천한 금감원장이 연이어 고배를 마시면서 문 정부의 금융개혁 동력을 잃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강도높은 금융개혁을 추진해야 할 시기에 금감원장의 부재는 치명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금감원은 김 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유광열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로 다시 전환했다. 유 수석부원장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사퇴한 후 약 보름간 금감원장 대행을 맡은 바 있다. 이날 오전 유 수석부원장은 임원들과의 티타임에서 "삼성증권 배당사고나 신한금융 채용비리,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 관행 개선 등 각종 현안을 담당 임원들 중심으로 차질없이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권 "말 아끼지만 김 원장 사퇴 내심 환영"…민관출신 다양한 인사 하마평
반면 김 원장의 사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찮다. 출범 초기부터 김 원장의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만큼 보다 금융회사의 구조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적임자가 금감원장에 더 어울린다는 논리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원장이 정무위원 시절 활약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산업의 발전보다는 규제를 강조하고 있어 금융권의 수장으로서 요구하는 자질과는 일부 엇나간다"며 "금융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관료출신이 무난한 선택지이나 금융개혁에 치중한 나머지 문 정부가 일종의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실제 김 원장의 행보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던 금융회사들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도 읽힌다. 특히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김 원장이 업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인사인만큼 강도높은 개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돼 숨죽이고 있던 상황이다.
실제 김 원장은 퇴임이 결정을 앞두고 열린 '저축은행CEO 간담회에서 "저축은행이 20%에 달하는 대출금리로 대부업체와 같은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김 원장은 일괄적으로 연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하는 저축은행을 언론에 공개하고 대출영업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벌칙을 제시했다. 상견례 성격이 강한 자리였지만 거취 문제를 앞두고 있는 만큼 김 원장의 어조 또한 강경했다는 평가다.
김 원장의 후임 금감원장은 빠른 시일내에 결정되기 어렵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북미 정상회담 등 빅이벤트를 앞두고 있는데다 문 대통령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쇄기를 박은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간에서 적임자를 찾아 인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후임 금감원장의 하마평으로는 민간출신부터 관료출신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경제관료 출신으로는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학계 출신으로는 윤석헌 서울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한화그룹에서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부당한 외압이 있었음을 폭로해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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