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자신의 아들을 채용했다는 논란과 함께 금고 돈 횡령, 상품권 상납과 같은 갑질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대전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자산 2000억원 규모의 대전동부새마을금고 유모 이사장(75)이 횡령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새마을금고 안팎의 제보를 종합하면 우선 유 이사장이 새마을금고 회관 건축을 위한 토지를 사들이는데 매입가를 높여 중간에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의혹이 일고있다.
한 제보자는 "유 이사장이 감정가가 평당 700만원인 토지를 1500만원에 사들여 금고에 손실을 입혔다"며 "유 이사장과 토지 매도인은 서로 지인 관계로 모종의 거래(리베이트)가 있었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한 토지 매입과정에서 이사장이 이사회 일부 이사들을 포섭해 리베이트 수익을 나눠 가졌다는 주장도 있다. 유 이사장과 이사회가 한통속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유 이사장과 이사회 일부가 새마을금고 회관 건축을 위한 토지 매입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취득한 정황이 담긴 녹취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증거에는 "(중개업자로 추정) 나 니까 이사장님한테 복비 1300만원 드리는 거다" 등 구체적인 액수까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해당 첩보를 입수해 수사 중으로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차명계좌 개설 등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유 이사장 아들의 장인이 건설관련 사업을 하는데 장인에게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이사장이 장인 대신 잔고증명용 예탁금 자금을 대주고 이후 일종의 수수료 명목으로 뒷돈을 받았다는 제보다.
유 이사장은 이 같은 행위로 이미 감사기관인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1개월 직무정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 이사장이 설과 추석 등 명절 때 20여 명의 직원들로부터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각출해 상납 받는 등 인사권을 내세운 갑질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관련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이사장이 상품권을 받아 챙겼다"며 "상품권 수수 정황이 담긴 수첩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재력을 가진 지역 유지가 대부분이고 인사권 등 금고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해당 금고 이사장은 자그마치 10년 동안 명절 때마다 직원들로부터 상품권을 상납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이사장이 정치후원금이나 해외여행 경비 각출을 직원들에게 강요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금고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치후원금을 냈는지 여부를 이사장이 확인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유 이사장이 직원들을 대하는 행태도 공분을 사고 있다.
여직원들에게 누가 힘이 좋은지 보겠다며 안마를 시키는 등 금고 직원들의 고충이 컸다고 한다.
유가증권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낸 것도 논란이다. 금고가 투자로 손실을 볼 수 도 있지만 투자 창구로 이용된 곳이 다름 아닌 이사장 아들이 근무하던 증권사여서다.
문재인 정부가 채용비리를 적폐로 규정한 가운데 이사장이 아들을 금고에 채용한 것에 대해서도 안팎의 잡음이 일고 있다. 부자가 한 금고에서 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유 이사장의 아들은 증권사를 나와 2016년 1월 아버지가 이사장인 대전동부새마을금고에 들어갔다.
내부 관계자는 "취업하기 힘든 청년 일자리 만들기는 커녕 이사장 본인의 아들을 간부로 채용했다"며 "금고 직원들의 박탈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일선 금고 감사권을 갖고 있는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특혜 등 논란의 여지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이사장의 자녀 등 가족에 대한 채용은 되도록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해당 금고 이사장은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내부 고발자가 있는 것으로 간주, 색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4~5년 전 금고 인테리어사업자 선정에 따른 리베이트 주장도 잇따른다. 해당 금고 이사장은 본인 아들과 지인 관계에 있는 인테리어업자에 2억5000만원 상당의 금고 인테리어 공사를 맡겼다. 사업자 선정을 위해 입찰에 붙였으나 형식에 그쳤고 짬짜미가 있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업자는 금고 인테리어 외에 금고 이사장의 주택(화장실) 수리와 컨테이너 설치 등을 진행했다.
업자는 금고 인테리어 공사와는 무관하게 감사의 표시로 이사장 주택을 수리했다고 주장하나, 본인(업자)이 금고 공사를 수주한 뒤 이사장의 주택 수리 등을 해줬기 때문에 정황상 부당거래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역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사 권한을 가진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이를 감독하는 행정안전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일선 현장에서 횡령 등 부조리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대해 제대로 된 실태 파악과 견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유 이사장은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음해"라며 억울한 입장을 토로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새마을금고 회관 건축 과정에서 토지 매입가를 부풀리고 대가를 받았다는 의혹에 "감정가로 땅을 사는 곳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당시 시세에 맞게 토지를 매입했고 사비까지 털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명절 상품권 상납과 정치후원금 강요를 했다는 주장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1만~2만원씩 모아 명절 인사차 준 것"이라며 "개인당 10만~50만원씩 줬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정치후원금은 "(1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된다"며 "강요하지 않았다. 자발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들에 대한 채용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유 이사장은 "16년간 증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금고) 업무와 연관성과 전문성이 높다"며 "새마을금고중앙회 내규에 따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채용했다. 이 부분은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도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 종결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아들이 다니던 증권사에 금고 자금 운용을 맡겨 손실을 본 것과 관련해선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아들의 장인에게 대출에 필요한 예탁금 잔고증명을 위해 이사장이 돈을 대신 넣었다는 의혹에는 "내 돈으로 잔고증명이 나간지 몰랐다"며 "아들이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해줬을 뿐인데(일이 이렇게 된 줄 사전에 알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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