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험 기간이면 `컵 무덤`으로 몸살 앓는 대학가
입력 2018-04-16 16:18  | 수정 2018-04-19 09:53
시험기간 늘어난 음료 양으로 생긴 컵무덤[사진 = 양현주 인턴기자]


"시험기간에는 하루도 안 돼서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쌓여요"
서울의 모 대학교 환경미화원 김 모씨는 요즘 쌓여 있는 일회용 컵들을 일일이 분리하는 일에 하루를 고스란히 보낸다. 일회용 컵 안에는 먹다 남은 액체가 들어있는 경우가 빈번했다. 찐득찐득한 크림도 둥둥 떠다녔다. 일회용 컵과 음료를 따로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가는 시험기간만 되면 어김없이 '컵 무덤'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경닷컴은 16일 시험기간을 맞은 서울 소재 대학가 3곳을 들러 일회용 컵 처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중앙대학교 310관. 6층 화장실 옆에는 종이, 플라스틱, 일반 쓰레기, 액체류 등을 분류해 버릴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었지만 그 위로 일회용 컵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도저히 다른 쓰레기를 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쓰레기통 위에 놓여 있는 일회용 컵 안에는 커피, 우유, 콜라 등 액체가 들어 있었다. 다른 층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액체류를 담기 위한 용도로 마련된 통에 다른 종류의 쓰레기가 들어있다 [사진 = 양현주 인턴기자]

중앙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숭실대학교에는 액체류를 따로 버릴 수 있는 공간조차 없었다. 액체를 버리기 위해서는 화장실에 들러야 하지만 학생들은 쓰레기통 가까이에 있는 정수기에 남은 음료를 버렸다. 정수기에는 커피 찌꺼기가 쌓여 일부분 황갈색으로 색이 변해있었다. 숭실대학교 3학년 재학 중인 최 모 씨(25)는 "정수기에 음료를 버리지 말라고 설명이 붙어있긴 하지만 잘 지켜지고 있지는 않다"라며 "음료통 설비가 따로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역시 몇 군데를 제외하고 액체류를 버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총무팀 관계자는 "학내에 음료를 버릴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 모두 조성돼 있지는 않다"라며 "사실상 한정된 인원으로 일회용 컵 분리수거를 100% 처리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문제점을 시인했다.
늘어나는 '컵 무덤'으로 인해 학교 측은 학생들의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시행해왔다. 일부 대학의 경우 학내에 마련된 카페에 텀블러를 들고 오는 학생들에게는 할인된 가격이나 무료 사이즈업을 실시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중앙대학교 법학관 6층에 위치한 카페 운영자는 "텀블러를 따로 들고 오는 학생이나 교수에 한해서는 무료로 사이즈 업을 진행했지만 실제로 텀블러를 가져오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고 밝혔다.
환경미화원들은 플라스틱 컵을 차곡차곡 쌓아서 버릴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노동조합 대표 곽승훈 씨(65)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겹쳐서 쌓을 수 있는 시설이 있다면 학생들이 안에 든 음료를 버리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루에 배출되는 쓰레기 봉투량이 하루에 50개씩 되는데 겹쳐서 버리면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2학년 재학 중인 배 모 씨(24)는 "학생들이 무심코 버리는 음료 용기 하나가 미화원 분들에게는 수 천, 수 만개가 될 수 있다. 시험기간이고 바쁘다고 하더라도 고생하시는 미화원 분들을 한 번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 환경도 보존하고 미화원 분들도 덜 고생하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양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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