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그때 그 '노란 물결'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모…철거 임박한 세월호 합동분향소
입력 2018-04-14 11:32  | 수정 2018-04-21 12:05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한데 모은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내 정부 합동분향소가 참사 4주기를 맞아 16일 열리는 희생자 영결·추도식을 끝으로 문을 닫습니다.

합동분향소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들의 곁을 지켜온 유족들과,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시민들의 눈물이 스민, 세월호 참사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나흘 앞둔 지난 12일 오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정부 합동분향소.

화랑유원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노란 현수막이 나부꼈습니다.

세월호 참사 4년째, 이곳은 여전히 노란 물결이 넘실댑니다.

합동분향소 안으로 들어가니 여전히 세월호를 잊지 않고 찾아온 40대 부부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은 경건한 자세로 아이들의 영정 앞에 고개 숙이고 있다가 끝내 눈물을 훔쳤습니다.

김기철(48)씨는 "참사 이후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른으로서 드는 미안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라며 "합동분향소를 찾아 영정을 보며 명복을 빌고 있을 때면 그나마 속죄하는 마음이 들어 자꾸 찾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합동분향소 설치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합동분향소는 세월호 참사 발생 일주일 만인 2014년 4월 23일 단원구 고잔동 소재 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임시로 마련됐습니다.

그러나 임시분향소에 하루 수만 명의 추모객이 몰리는 데다 유족들이 희생자들을 한자리에서 추모할 수 있는 대형 분향소 설치를 희망함에 따라 2014년 4월 29일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연면적 2천400㎡ 규모인 현재의 합동분향소가 들어섰습니다.

당시 합동분향소 일대에는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손에 국화꽃을 든 추모객의 행렬이 매일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분향을 하기 위해서는 수십 분을 대기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각 기관이나 시민사회·종교단체에서 차린 지원부스도 빼곡히 자리해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다른 지역의 세월호 분향소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몇 달간 운영하다 문 닫았으나,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는 그렇게 4년간 자리를 지켰습니다. 아울러 해마다 추모 행사의 주 무대로 활용되면서 세월호 참사의 상징으로 거듭났습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인양 공식 선언 등을 요구한 유족들의 거센 반발로 추모 행사가 취소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제외하곤 매년 4월 16일 합동분향소에서 '기억식'이 열렸습니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헌화와 분향으로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며 참사의 그 날을 기억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4년간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은 73만여 명에 달합니다. 이들이 쓴 방명록만 1천961권입니다.

유족들에게는 단순한 추모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유족들은 2014년 5월 3일 합동분향소 앞에서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음을 지적하는 침묵시위를 한 것을 시작으로 특검과 청문회를 진행하자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하는 등 사고의 진상 규명을 요구해 왔습니다.

유족들은 합동분향소를 거점으로 이런 활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보듬으며 슬픔을 나눠왔습니다.

합동분향소 앞에 자리한 컨테이너 건물인 가족대기실에는 지금도 매일 유족들이 나옵니다. 아이들의 영정을 지키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토의하기 위해서입니다. 공방에 둘러앉아 노란 리본 등 추모 물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과입니다.


오병환 4·16가족협의회 추모팀장은 "합동분향소는 세월호 참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곳을 떠나는 심경은 비통함 그 자체"라며 "다만 합동분향소 철거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안전공원(추모공원)이 들어서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추모는 물론 사과와 반성, 치유와 희망의 공간으로 기능하던 합동분향소는 16일 열리는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 이후 철거됩니다. 이후 화랑유원지 내 별도의 부지에 추모공원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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