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이 탄 열기구가 착륙 중 나무 등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조종사가 마지막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아 대형 사고를 모면했습니다.
어제(12일) 오전 8시 11분께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에서 13명이 탄 열기구가 정상 착륙에 실패해 나무와 충돌했습니다.
오름열기구투어 소속의 이 열기구에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 55세 김종국 씨와 관광객 등 12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조종사 김 씨는 열기구가 처음 나무에 걸리자 다시 낮게 상승해 약 1㎞를 이동해 넓은 초지에 착륙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하강 속도가 너무 빨라 열기구 바스켓이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땅에 부딪혔습니다.
"충격이 있을 테니 모두 자리에 앉아서 꽉 붙들고 있으라"는 외침에 탑승객들은 모두 바스켓을 잡고 있었으나 첫 충격에 바스켓이 뜯기면서 승객 몇 명이 먼저 튕겨 나왔습니다.
열기구는 강한 바람에 150여m를 계속 끌려가며 지상과 여러 번 부딪혔고, 마지막으로 숲이 시작되는 곳의 나무와 충돌하고서야 멈춰 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머지 탑승객도 모두 튕겨 나왔습니다.
조종사 김 씨는 탑승객이 바스켓에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조종간을 잡았습니다. 결국, 그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습니다.
김 씨는 아시아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아프리카 상공을 누비는 상업용 열기구 조종사였습니다. 김 씨는 2008년 열기구 비행의 최고봉이라는 케냐 국립공원의 한 호텔에 상업용 열기구 조종사로 스카우트돼 수년간 일했습니다. 당시 캐나다, 영국, 호주 등지에서 온 20명의 조종사 중에서도 선임 파일럿이었습니다.
김 씨는 앞서 필리핀, 영국, 프랑스 등지를 돌며 상업용 열기구 조종사 면허를 따고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입상했습니다. 2007년에는 캐나다 위니펙, 토론토 등지에서 열기구를 조종했습니다.
초보시절 전북 익산의 호남평야를 누비며 열기구 조종 기술을 연마했던 김 씨는 토종 열기구 조종사로의 자부심이 컸습니다. 김 씨는 한때 마사이 마라에 열기구 회사를 설립하는 꿈을 꿨으나 대신 2015년 제주에서 열기구 관광 회사를 차렸습니다. 이 회사는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돼 창업과 국내외 마케팅 비용을 지원받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제주에서 자유 비행식 열기구 관광을 추진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5월 어렵사리 사업승인을 받았으나 이번 사고로 김 씨의 꿈은 1년도 채 되기 전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