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동 정치`가 밀어올린 유가에 조선·정유 `화색`-화학 `울상`
입력 2018-04-12 15:36 

중동 지역 긴장고조로 국제유가가 상승 추세를 이어가면서 조선·정유 업계의 수혜가 예상된다. 정유업계는 원유의 구입 시점과 정유설비에 투입하는 시점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래깅효과를,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발주 증가를 각각 기대할 수 있어서다.
반면 화학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이 달갑지 않다. 북미 지역의 에탄분해설비(ECC)에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내줄 수 있어서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31달러 오른 66.8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12월 이후 3년 5개월만에 최고치다. 이날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72.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이상으로 오른 걸 가장 반길 곳은 조선업계다. 석유개발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배럴당 60달러선이면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해왔다.

이에 더해 인도하지 못하고 계약이 해지돼 떠안고 있는 드릴십 처리하는 것도 유가 상승으로 수월해질 수 있다. 드릴십인 해저유전 개발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장비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인도기일을 연기했거나 계약을 해지한 드릴십을 각각 5척과 6척 떠안고 있다.
정유업계도 유가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는다. 원유를 구입한 뒤 유조선에 실어 한국으로 들여오는 동안 유가가 오르면 정제한 석유제품을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 2016~2017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국제유가가 상승 추세를 유지하면서 장부 상으로는 재고평가이익이, 실제로는 래깅효과가 각각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당분간 대규모 정유설비 증설이 계획된 곳도 없어 정유사들의 호실적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화학업계는 정유업계와 사정이 다르다. 북미 지역의 대규모 에탄분해설비(ECC)들이 가동에 들어가고 있어서다.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분해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ECC는 국제유가가 오를수록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배럴당 65달러 이상에서는 ECC의 가격 경쟁력이 국내 화학업체들이 가동하는 납사분해설비(NCC)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른 이유를 중동 지역 정치 상황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최근 며칠 사이의 급등세는 시리아가 반군지역에 화학무기를 사용한 게 알려지만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탓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에 미사일 공습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도 국제유가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를 상장해 확보한 자본으로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투자를 할 계획이지만, 유가가 오르지 않으면 원하는 값에 아람코 주식을 팔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사우디가 원하는 유가 수준은 배럴당 80달러 수준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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