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단독] 싸이, 기막힌 빌딩테크
입력 2018-04-09 17:43  | 수정 2018-04-09 19:32
작년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꼬마빌딩'을 매입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올해 초 또 신사동 건물을 매입했다. 작년에 매입한 50억원짜리 꼬마빌딩 바로 뒤에 위치한 다가구주택이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싸이는 강남 을지병원 사거리 대로변 이면의 3종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한 주택을 26억7500만원에 매입했다. 대지면적 142.3㎡, 연면적 216.68㎡의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다. 싸이는 작년 3월에도 신사동 논현로151길에 접한 5층짜리 건물을 5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작년에는 30억원을 대출받았지만 이번 매입 때는 대출을 전혀 받지 않았다.
싸이가 산 다가구주택의 매입 가격은 대지면적 3.3㎡당 6203만원이다. 인근 주택 시세(3.3㎡당 4000만원대)보다 50%가량 비싸다. 인근 도로변에 위치한 건물 시세(3.3㎡당 6700만원)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싸이가 비싼 돈을 주고 다가구주택을 매입한 이유가 기존 건물 확장에 있다고 본다. 작년에 산 빌딩과 이번에 산 주택이 붙어 있기 때문에 두 건물을 허물고 하나의 건물로 짓는 것이 가능하다. 이른바 '합지(合地)형' 재건축이다. 작년에 산 빌딩의 지형이 더 낮기 때문에 두 건물을 합치면 기존 빌딩의 지상 1층이 공적장부상 지하 1층이 된다. 지하 공간은 용적률을 계산할 때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건물의 수익성이 올라간다. 도로변에 있는 빌딩 가격은 접근성이 좋아 땅값이 비싸다. 반면 도로변 빌딩 바로 뒤에 있는 건물은 접근성이 부족해 땅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두 빌딩을 매입한 뒤 허물어서 하나로 지으면 건물 전체가 도로변 빌딩 시세를 따를 수 있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는 "건물 대지면적이 더 넓어지면 들일 수 있는 임차인 업종이 달라질 수 있다"며 "신축 후 시세가 1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투자 기법은 다른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종종 관측된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1999년 외환위기 직후 서울 압구정동 대로변에 있는 빌딩을 20억원 중반대에 샀다. 이후 빌딩 바로 뒤에 있던 다가구주택 두 채를 매입해 하나의 건물로 다시 짓고 있다. 현재 이 건물 시세는 900억원이 넘는다는 평가다.
지난달 26일부터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규제가 시작됐지만 꼬마빌딩 매매시장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시에서 빌딩 거래는 총 632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동안 약 3000건이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양호한 실적이다. 싸이 외에도 스타 수학강사로 알려진 현우진 씨가 올 초 서울 학동역 출구 바로 앞 빌딩을 320억원에 매입하는 등 유명인의 건물 매입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RTI 규제가 시작됐지만 신용대출이 어려워졌을 뿐 부동산 담보대출은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에 체감상 거래 위축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전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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