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7월 86세 고령이었던 더글라스 워터는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황반은 눈의 안쪽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을 의미한다. 시각 세포의 대부분이 이곳에 모여 있을 뿐 아니라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 역시 황반인 만큼 시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러 원인으로 인해 황반부에 변성이 일어나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을 황반변성이라고 부른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황반변성을 '비삼출성 나이관련 황반변성'이라고 부른다. 워터는 고령으로 황반변성을 앓았으며 눈 가까이 있는 물체만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몇개월 뒤 그는 배아줄기세포가 포함된 '망막 패치'를 눈에 이식했다. 수술 직전 그는 오른쪽 눈의 시력을 거의 실명한 상태였다. 현재 그는 신문을 읽고 정원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개선됐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3월 20일자에 게재됐다.
비슷한 방식을 활용한 또다른 연구결과도 이같은 치료법이 황반변성 극복에 효과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와 미국 케크의과대, 생명공학 기업인 '재생패치기술' 등 공동연구진은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망막색소상피를 유도한 뒤 이를 얇은 패치로 만들어 망막에 이식한 결과 시력이 현저하게 재생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 4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69~85세로 비삼출성 나이관련 황반변성에 걸린 환자 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1·2a를 진행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황반변성은 눈의 망막시각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고 이를 보호하는 망막색소상피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 연구진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망막 패치를 개발했다. 이 패치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 망막색소상피를 모방해 만들었다. 연구진은 5명의 환자 중 4명의 망막에 이 패치를 이식했으며 4개월 뒤부터 1년 동안 시력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했다. 연구진은 "수술 뒤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망막시각세포는 환자의 망막 조직에 성공적으로 결합했다"며 "시력 손실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력이 개선되는 효과도 확인했다"며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황반변성으로 인해 시력 손실이 심한 환자에게 단기간에 시각 기능을 향상 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임상 1·2a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을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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