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25大 그룹사 절반, 몸값 푸대접 받는다
입력 2018-04-02 17:43 
상장계열사 PBR 분석
25대 그룹 상장 계열사 중 절반 이상의 기업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상장사들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주가 수준은 청산가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늘어나면서 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종목들에 대한 투자 관심을 높일 때라고 충고한다.
2일 매일경제신문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작년 말 자산 기준으로 25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집계한 결과, 전체 103곳 중 56곳(54.4%)의 PBR가 1배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PBR가 1배도 안 된다는 것은 해당 종목의 현재 주가 수준이 가진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만 놓고 보면 증시의 상승 추세는 아직 살아 있다"며 "코스피 PBR가 1배 수준인 2450 선이 무너진 만큼 올해 실적이 개선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 타이밍이 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증권사 3곳 이상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상장 계열사를 기준으로 봤을 때 삼성그룹은 PBR 1배 이하 종목이 전체 13곳 중 4곳(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중공업)으로 나타났다.
SK그룹과 LG그룹은 모두 10곳의 계열사 중 5곳이 이 기준에서 저평가된 것으로 나온다. SK네트웍스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2001억원에 달해 작년보다 40.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PBR는 0.56배에 불과하다. SK네트웍스는 2016년 11월 생활가전 기업 SK매직을 인수했는데, 그 효과가 올해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화학사업을 키우며 올해 사상 최대인 3조3931억원의 영업이익을 노리는 SK이노베이션도 PBR는 0.95배에 불과하다. 최근 저평가 기대감이 확산되며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이 종목 주가는 2일 장중 한때 21만9000원을 찍으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GS그룹도 실적 추정이 가능한 계열사 4곳 중 2곳의 PBR가 1배도 안 된다. GS건설은 올해 '자이' 브랜드를 앞세운 국내 주택사업 경쟁력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66.6%나 늘어날 전망이지만 PBR는 0.59배에 불과해 저평가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국외사업 손실이 국내사업 이익을 깎아먹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분석 대상 계열사 9곳 중 7곳의 PBR가 1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서게 될 현대모비스의 PBR는 0.75배에 불과하다. 작년 2조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올해 2조5000억원으로 늘어나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오고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이후 30일까지 3거래일 동안 주가는 8.3% 하락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를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존속 부문(핵심 부품과 투자사업)과 분할·합병 부문(AS·모듈사업)으로 나눴는데 그 비율이 0.79대0.21이다. 분할·합병 부문은 현대글로비스와 합친다. 증권가에서 현대모비스가 핵심 사업을 내줘 기업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한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 관련 핵심 부품 사업을 지켰고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투자 매력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또 현대글로비스의 PBR는 1.5배로 현대모비스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30.2% 확보하게 된다. 또 증권가에선 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인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사업을 키우고 있어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 중에도 오너들이 현대·기아자동차 지분을 팔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오면서 매물 부담이 사라졌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지 5년여 만인 올해 자율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정 회장이 2012년 이후 5년7개월간 역임한 현대건설 등기이사를 연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주가에 미칠 외부 변수가 줄었다. 실적 측면에선 자체 사업 호조로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3% 증가할 전망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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