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브 디지털OTT방송이 현대HCN에 서초디지털OTT방송을 고가에 분할 매각하면서 몸값 부풀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최대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는 쉽지 않아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 가입자당 가치는 갈수록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입자당 가치는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지난 2007년 딜라이브(옛 씨앤엠)를 인수할 당시 100만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SK텔레콤이 CJ헬로(옛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할 때 45만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딜라이브가 이번에 서초디지털OTT방송을 매각할 때 적용한 가입자당 가치는 65만원이다. 회사는 이를 토대로 기업 가치를 1조70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KCI의 딜라이브 인수 대금인 1조5000억원을 2000억원 웃도는 수치다.
다만 케이블TV가 유료방송시장에서 갖는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65만원은 높아 보인다. 케이블TV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IPTV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료방송시장에서 케이블TV가 차지하는 비중은 42.52%로 IPTV를 2.23% 포인트 밑돈다. 다만 디지털 시장만 놓고 보면 격차는 더 커진다. 케이블TV과 IPTV의 점유율은 각각 28.31%와 55.81%다.케이블TV는 정해진 방송권역 내에서만 사업을 할 수 있다. 전국사업자인 IPTV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가장 큰 이유다. 이번에 고가에 팔린 서초디지털OTT방송의 방송권역의 경우에는 IPTV사들도 손쉽게 공략이 가능한 도심지역이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아 긍정과 부정이 혼재하는 곳인데 결국 비싸게 팔렸다는 평가다.
서초구는 현대HCN이 보유한 8개 방송권역 중 복수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사업을 하는 유일한 곳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경쟁요인 제거를 위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서초디지털OTT방송을 인수했다는 분석이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케이블TV가 갖는 위상이 낮아짐에 따라 방송권역에 대한 '분할매각'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일괄적으로 가입자당 가치를 매길 때보다 알짜 방송권역을 적정 가격에 매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가입자당 가치를 45만원으로 책정해 추산하는 M&A 가치도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을 웃돈다"면서 "가입자당 가치를 65만원을 책정하는 건 크게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딜라이브가 1조5000억원에 팔릴 때보다 시장 환경은 더 안 좋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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