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무일 검찰총장 "자치경찰제와 수사권 조정은 대통령 공약대로 동시 시행해야" 정면 반발
입력 2018-03-29 16:12  | 수정 2018-03-29 16:14

29일 검찰과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무일 검찰총장(57·사법연수원 18기)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자치경찰제 도입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원샷(동시)에 시행하자는 건 (문재인) 대통령 말씀”이라며 두 가지를 동시에 계획하고 동시에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통령 공약을 고리삼아 배수진을 친 것이다.
문 총장, 검찰 패싱에 반발
문 총장은 또 "청와대와 정부가 주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논의 방식에 대해 "논의를 비공개로, 또는 관련기관 협의 없이 하는게 바람직한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빼고 조국 대통령 민정수석,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관련 논의를 해온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한 명확한 반대 의사로 해석됐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적극적인 태도도 강조했다. 그는 "전에 박 장관이 김 장관과 수사권 조정을 논의한다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듣고 박 장관에게 직접 물어본 적도 있지만 검찰은 구체적인 경과와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지난 26일 조정안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후) 검찰 내부 의견 조회가 필요해 법무부에 자료가 있는지 물었으나 아직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 총장은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고 전제한 뒤 "수사종결권은 사법판단인데 법률을 전공한 분(박 장관과 조국 민정수석)이 그런 논의를 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문총장 발언은 경찰 조직 힘 빼려는 의도"
자치경찰제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주고 설치·유지·운영에 대한 책임을 맡기는 제도다. 지자체장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민주적으로 경찰 권력을 통제할 수 있다.
문 총장은 "'자치경찰제'가 아닌 중앙집권적 단일조직인 '국가경찰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며 "이러한 일제 식민지 시대의 단일 통치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 공약과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에 따라 '실효적인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문 총장이 자치경찰제 도입 필요성을 유달리 강조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한 경찰청 간부는 "각종 권한이 경찰로 넘어오게 되는 현재 추세를 트는 논의에 검찰이 참여할 수 없으니 중앙집권적 경찰의 폐해를 앞세워 자치경찰제를 촉구하는 방식으로 경찰 조직의 힘을 빼려는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총장의 이날 발언은 주민밀착형 치안과 지방행정·치안행정 연계 강화라는 자치경찰제 핵심보다 중앙경찰의 폐해를 강조하는 '검찰의 레토릭'이라는 반응이다.
수사지휘권·종결권도 평행선
검찰은 "수사지휘권과 종결권은 계속 검찰이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총장은 이날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하는 98.2%의 민생범죄는 주민의 '민주통제' 하에 이뤄져 자연스럽게 수사권 조정이 된다"고 말했다. 즉 수사는 최대한 경찰에 맡기되 △무혐의로 보고 끝낼지 △더 보완할지 △마무리하고 재판에 넘길지 등 사법판단은 법률전문가인 검찰이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수사종결은 사법판단"이라는 문 총장 발언을 "법원과 검찰은 사법기관이고 경찰은 아니라는 프레임 구축"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경찰은 오히려 "준사법기관인 검찰은 사법부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경찰 고위 간부는 이와 관련해 "검찰이 사건을 종결하는 것 자체가 사법통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경을 거치는 옥상옥 사건종결 구조가 국민 인권을 후퇴시킨다고 경찰은 본다.
영장 심사권도 대립
검찰은 영장 청구 권한을 가지는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문 총장은 "경찰이 '체포' 뿐 아니라'구속'에 대한 권한까지 가지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경찰이 영장을 신청할 때 검찰을 거치도록 (형사소송법이 아닌) 헌법에 제한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자체 영장청구권 도입 논의에 대한 검찰의 반발 역시 종결권·지휘권과 마찬가지로 검·경이 평행선을 달린다. 경찰은 "영장에 대한 통제는 사법부 고유 영역이고 검찰은 사법부가 아니라 엄밀히는 사법부 통제를 받는 행정공무원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문 총장은 지난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때와 같이 이날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을 찬성했다. 국회에서 위헌 요소를 지적한 데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게 아니라 그러한 논의까지 포함해 국회가 결정하면 검찰은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검찰총장의 공수처 찬성은 처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공식 입장을 통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동의하고 검찰의 직접수사는 최소화하고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에 충실하겠다는 문 총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문 총장이 언급한 자치경찰제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자치경찰제는 자치분권위원회(정순관 위원장)가 다룰 문제로 시간이 필요하고 자치경찰제를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가면서 수사권 조정도 병행해서 함께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검찰과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맞서는 모양새는 피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간담회의 핵심인 문 총장의 '자치경찰제와 수사권 조정 동시 시행' 주장과 청와대의 반응은 "결이 다르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이현정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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