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비핵화 훈풍에…건설·에너지·인프라 `주목`
입력 2018-03-28 17:27 
북핵 동결·폐기가 가시화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남북 경제협력,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 국내 증시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전망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나왔기 때문이다. 28일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노력에 응해 단계적 조치를 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송전·가스관 사업 등이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련 종목들이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본격적인 남북 경제협력은 북핵 동결 이후에 가시화할 것으로 보이나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남북 경협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증시가 글로벌보다 할인되고 있는 이유는 기업 펀더멘털과 북핵 리스크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선진국보다 50%, 신흥국보다 30% 할인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주식시장의 12개월 선행 PER는 MSCI코리아 기준 9배 수준으로 3년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 팀장은 "작년 말부터 지정학적 위험 우려로 할인 수준이 역사적 평균보다 심화했는데 북핵 문제만 해결돼도 국내 증시가 지금보다 15%는 더 오를 수 있다"며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정상화하면서 글로벌 자금 유입 강화를 이끌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비핵화가 진행되고 이후 평화협정까지 체결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에는 큰 호재"라며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핵 폐기 수순을 밟는다면 우리나라 경제에 굉장히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좋은 기회를 안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4월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5월에는 미·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한반도 정세가 평화 무드로 돌아서면서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으로는 건설·에너지·인프라스트럭처 등이 꼽힌다. 또 중국 소비주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유 팀장은 "북핵 동결이 가시화하면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러시아 철도 등 에너지 수송망 연결·경수로 지원 등이 진행되면서 관련 종목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북핵 문제는 중국과 긴장 관계를 야기했던 사드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사드 이슈가 해결되면서 중국 소비주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대북 송전주인 제룡전기(27.07%) 광명전기(11.53%) 이화전기(9.05%) 등은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 밖에 금강산 관광 관련주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전 거래일 대비 2.56% 상승한 8만원에 마감했다. 또 개성공단 관련 기업인 남광토건(12.22%) 신원(6.43%) 인디에프(10.54%) 재영솔루텍(6.72%) 제이에스티나(4.64%) 좋은사람들(15.42%) 등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남북 관계 개선에 따라 수주 감소가 우려되는 방산주는 투자 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남북 경제협력이 빠르게 재개될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북한 간 상호 불신이 심각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북핵 동결·폐기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협력 교류가 활성화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외국인 사이에서 한국은 투자를 안 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많고 불안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개별 기업에 대해서도 디스카운트를 적용해 왔다"며 "한반도 비핵화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남북 경협 문제는 유엔 제재와 미국 등 동맹국의 대북 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큰 폭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슬기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