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타이어뱅크, 금타 인수 선언에 채권단 "자금조달 현실성 없어"
입력 2018-03-27 17:13  | 수정 2018-03-27 22:16
금호타이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시한을 불과 사흘 앞둔 27일 대전 기반 타이어 유통업체인 타이어뱅크가 전격적인 인수 참여를 선언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타이어뱅크 측 자금조달 계획에 현실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종전 더블스타에 매각하려는 계획을 고수하며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이날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통째로 매각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를 국내 기업으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여론과 노조, 채권단을 만나 각각의 입장을 경청한 후 최종적으로 인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6000억원대 인수자금 확보 방안과 관련해 그는 "타이어뱅크를 직접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있고 타이어뱅크를 통째로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고 차입금을 통한 인수도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타이어뱅크가 제시한 자금조달 계획에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증시 상장 후 자금조달'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당장 1조3000억원 규모 채권 만기를 무기한 연장할 수 없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KDB산업은행은 타이어뱅크 발표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산은에 들어온 제안이 없다"며 "김정규 회장의 개인적인 입장 표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금호타이어 측도 타이어뱅크 인수 선언에 불쾌감을 표명했다. 이날 타이어뱅크 발표와 관련해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은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타이어뱅크는 경쟁사 제품을 주력으로 취급하는 소매업체"라며 "이 시점에 인수 의향을 밝힌 것은 금호타이어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법정관리로 들어가도록 조장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타이어뱅크는 2016년 기준 매출액 3729억원, 영업이익 664억원에 영업이익률이 17%가 넘는 안정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연매출 3조원에 달하는 금호타이어를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란 반응이 주류다. 금호타이어 중국법인 처리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법인 회생을 위해서는 최소 75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타이어뱅크가 더블스타가 제시한 인수금액(6463억원)과는 별도로 이 같은 목돈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사겠다는 국내 기업이 나왔는데 법정관리 혹은 해외 매각을 강행하면 여론의 역풍을 감당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수 주체가 나타나면 30일이 지나도 재협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30일 시한은 더블스타와 산업은행 간 약속이 아니고 자율협약에 관한 사항"이라며 "30일이 마지막 시한"이라고 못 박았다. 한편 금호타이어 노조는 30일 광주공장에서 '해외 매각 철회, 법정관리 반대, 국내 기업 인수'를 위한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대전 = 조한필 기자 / 서울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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