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모습 드러낸 정봉주 성추행 폭로여성…"사건 당일 호텔 카페에 머무른 증거 있다"
입력 2018-03-27 16:02 

정봉주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안젤라 씨(가명)가 기자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공개했다. 지난 7일 언론 보도를 통해 '익명 미투' 방식으로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안 씨가 20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안 씨가 지목한 서울 여의도 호텔 카페에 자신이 실제로 있었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 기록도 이날 공개됐다.
안젤라 씨는 27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당일 오후 5시에 렉싱턴 호텔 카페에 있었음을 증명할 SNS 기록을 찾았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은 안젤라 씨가 지난 2011년 12월 23일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장소다. 캐주얼 정장 차림의 안 씨는 변호인단과 함께 건물 지하 1층 대회의실에 들어서며 검정색 모자와 검정색 마스크를 벗었다.
안 씨는 실명과 나이, 직장 등을 밝히지 않았다. 변호인단이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하지 않고 얼굴을 보고 짐작한 신원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약속한 기자들 50여 명이 회견장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안 씨는 성추행 장소로 지목한 여의도 소재 렉싱턴 호텔 1층 카페인 뉴욕뉴욕에서 자신이 오후 5시 5분과 5시 37분에 존재했다는 SNS 기록을 공개했다. 위치기반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포스퀘어'의 체크인 기록이다. 포스퀘어는 사용자가 방문한 장소를 체크인 해 그곳에 대한 평가나 추천하고 싶은 내용을 제공하면 점수를 얻어 보상 받게끔 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안젤라 씨는 해당 시간에 뉴욕뉴욕 룸 안에서 찍은 셀카사진도 얼굴을 가린 채 공개했다. 동시에 "앞서 사건 장소를 창문이 없고 하얀 테이블이 있으며 옷걸이가 있는 카페라고 묘사했다"며 "증거로 제출한 사진 뒷 편을 보면 이 진술이 부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SNS 기록 공개가 안 씨가 주장한 시점에 렉싱턴 호텔에 없었다는 정 전 의원 항변을 뒤집지는 못하지만 익명 미투를 고수해온 피해 주장 여성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는 점에서 이번 회견은 주목된다. 안 씨는 "많은 사람들이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신원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 호소를 의심했다"며 "이 사건의 피해자인 제 존재를 밝힘으로써 최소한 제 미투가 가짜가 아니라는 걸 인정 받고 싶었다"고 답했다.

안젤라 씨는 조만간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한 경찰 참고인 조사 때 SNS 기록과 셀카사진 등을 경찰에 제출하겠다고 전했다. 미투 폭로가 정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 날짜와 겹쳐 정치적 공작 논란이 벌어졌던 것에 대해선 "정 전 의원의 일정까지 고려해 (폭로 시점을) 짠 사실이 없다"고 일축하고 "유망한 정치인이라고 해서 국민을 성추행할 권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 전 의원에게 바라는 것은 공개적인 성추행 인정과 진실한 사과"라며 "제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려거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고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프레시안은 지난 2011년 12월 23일 정 전 의원이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 1층의 한 카페에서 기자지망생이었던 A씨에게 강제로 키스를 시도하고 껴안았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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