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피운 무역전쟁 불씨가 중국으로 옮겨붙으면서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 시장의 거대 악재로 떠올랐다고 판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간 600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고, 기술이전을 제한하는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의 각서'에 사인했다.
중국도 이에 대해 맞대응하면서 30억 달러(3조2400억언) 규모의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 와인, 돼지고기 등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산 강관, 과일, 와인 등에는 15%, 돼지고기에는 25%의 관세를 매기는 게 핵심이다.
두 국가의 싸움이 현실화 되면서 글로벌 증시는 휘청였다. 코스피는 이날 80포인트 가까이 추락해, 2310선까지 밀려났다. 중국은 물론이고, 홍콩(H),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국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그동안 증시 상승의 중심이었던 미국 증시와 미국 경기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무역정책이 미국 물가상승 압력을 높여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국 제조업 성장의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의 조치가 미국의 수입물가를 상승시키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전체 수입 물량 중 35% 정도가 중간재로, 컴퓨터·전자제품, 자동차·항공기, 석유제품 업종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서로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전쟁이 심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갈등이 커질 경우 각 국가의 피해가 가볍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부 정치 권력을 잡은 시진핑이 미국에 바로 굴복할지는 의문"이라면서도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중국 정부와 해외 매출이 많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의 입장을 생각하면 '무역전쟁' 케이스로 넘어갈 확률은 낮다"고 판단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중국이 강경한 입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산업별로 1차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수출 의존도가 서로 높아,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중국의 법안 수정과 협상을 통해 긴장이 완화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조 연구원은 한국에 대한 영향력도 사실상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 트럼프 정부가 철강 관세 대상국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직접적 타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자동차, 가전제품과 관련해 한미FTA 재협상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코스피의 불확실성은 확대됐다. 보호무역 이슈는 금리와 밀접한 데다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심리를 자극한다는 게 이유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1개월 수익률을 국가별로 비교하면 베트남이 1위인 가운데, 코스닥도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며 "나스닥이 최근 고점 대비 5% 가량 하락해, 코스닥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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