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브라질서 `미국 백인` 정자 수요 급증
입력 2018-03-23 14:34 

브라질에서 백인같은 아이를 낳길 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미국에서 정자 수입량이 크게 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라질에서 지난 7년 동안 미국에서 수입한 정자 수가 약 30배 늘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버지니아 소재 정자은행인 페어팩스사이로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에 배송된 정자는 액체질소 튜브로 500개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는 16개에 불과했으나 브라질 내 수요가 늘면서 급증했다.
최근 브라질 여성 중 부유한 독신, 동성커플 등을 중심으로 백인 정자를 기증받으려는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정자 수입업자들은 수요자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밝은 색 피부와 파란 눈동자를 가진 기증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정자은행들은 브라질의 미국 정자 선호가 높아지면서 세계 시장에서 미국 정자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어팩스의 미셸 오티 책임자는 "브라질은 최근 몇년 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정자 시장"이라고 말했다. 시애틀정자은행의 프레드릭 아르에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은행 수출의 약 4분의 1을 브라질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브라질에서 원하는 금발 머리와 파란 눈의 유전자를 가진 기증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여성들이 백인 유전자를 가진 정자를 원하는 것은 브라질 사회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과거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현재 국민의 절반 이상이 흑인과 혼혈이 차지하고 있다. 부유층 부모들은 자녀가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갖고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 호감형 외모를 가진 사람이 비교적 연봉이 높은 직종에 종사하면서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녀들에게 백인 정자 선호는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자 수입이 늘어난 것은 많은 브라질 사람들이 자국에서 기증되는 정자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브라질에서 정자 기부는 불법으로 기증자에 관한 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인공 수정에 고액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도 백인 정자 선호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정자는 수출되기 전에 유전학적 검사와 선별 과정을 거친 뒤 브라질로 배송된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튜브 1개당 1500달러(약 162만원)이며 인공 수정 절차까지 포함하면 7000달러(약 757만원)까지 늘어난다. 브라질 통계국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가장 부유한 1% 국민 중 80%가 백인으로 자녀들이 부유해지길 바라는 부모들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이유로 백인 정자를 사들이고 있다.
미국 정자 구입 비용이 비싸다는 점을 이용해 자신의 정자를 팔려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조상이 영국, 독일 등 유럽출신 백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가난한 부모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제공 방식이 직접적인 성관계나 주사 바늘을 이용한 주입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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