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화 제의하는 일본 "북에 정상회담 희망 의사 전달"
입력 2018-03-22 09:46  | 수정 2018-03-22 09:47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MBN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복수 루트를 통해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복수의 북·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어제(21일) 전했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일본 측은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방북 당시 양측이 합의한 국교정상화 및 경제협력을 담은 '북일 평양선언'을 고리로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선언을 이행하는 것이 북한에 이익이 되는 만큼 정상회담을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아울러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핵·미사일 개발 문제도 논의하자는 입장입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평양선언을 언급하며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일 대화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그동안 대북 압력을 강조하던 일본 정부가 대화 제의에 나선 것은 오는 4~5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일본 국내적으로 주요 현안인 납치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을 것이란 초조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을 통해 북한에 납치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북한과 일본의 정상이 직접 만나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북한 문제 대응에 있어서 한일, 미일, 한미일 공조를 강조했던 만큼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상황에서 일본만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정상회담 제의의 배경으로 보입니다.

아베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긴요하다고 보고 다음달 중순 예정된 방미 및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미국 측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일본이 그동안 대북압력의 목소리를 높여온 상황이어서 북한이 일본과의 대화에 응할지는 불투명해 보입니다.

특히 일본 측이 요구하는 납치피해자 전원 귀국 요구와 관련해 북한은 '납치 문제는 이미 다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던 아베 총리의 종전 자세와도 모순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잠시 대화를 한 자리에서 평양선언에 기반을 둬 납치,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국교정상화를 지향한다는 방침은 변화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북일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김영남 위원장은 국교정상화 필요성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으며, 북한이 요구해 온 '과거 청산'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소식통은 "국교정상화 언급은 정상회담에 대한 의사표명과 같다"며 "북한 측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일본의 북일 정상회담 희망) 의사가 전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도 이달 중순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강경화 외교장관과 각각 만난 자리에서도 북일 정상회담 희망 의사를 북한 측에 전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다른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과 독자 채널이 있는 담딘 척트바타르 몽골 외무장관도 지난달 북한을 방문했을 때 아베 정권의 이런 의사를 북한 측에 설명했습니다.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2004년 5월 고이즈미 전 총리의 2차 방북 및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 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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