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노인 일자리 만들어 고령화위기 극복한 日도시재생
입력 2018-03-20 17:42 
일본 가시와시 도요시키다이 단지 안 중앙상가에서 노인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손동우 기자]
◆ 도시가 미래다 리빌딩 서울 ④ ◆
일본 도쿄역에서 지하철로 40여 분 떨어진 지바현 가시와시. 번잡한 역사를 벗어나 서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니 저층과 고층 건물이 뒤섞인 대단지 아파트가 나왔다. 단지 안으로 발길을 옮겨 중앙상가에 있는 방 하나를 들여다봤다. 노인 10여 명이 앉아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다. 이곳 도요시키다이 단지는 말하자면 '노인을 위한 나라'다. 일본 도시재생기구(UR)가 노년층 의료·간호 서비스를 특화해 내세운 임대주택 재개발의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일본 UR가 1964년 만든 도요시키다이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5~6층 아파트 103개동 4666가구로 조성됐다. 저밀도 분산형 도시모델 전형이었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와 수세식 화장실과 욕실을 갖춰 당시에는 최첨단 시설을 자랑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지역 주민들이 늙고,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0% 넘을 정도로 고령화했다. 정년퇴직으로 일자리를 잃은 입주민들이 하는 일 없이 단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례도 많아졌다. 결국 지역이 슬럼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UR는 2004년 재개발을 결정한다. 현재 제1기와 제2기 공사가 완료됐고 제3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UR는 가시와시·도쿄대와 재개발 초기 단계부터 연구 회의를 개최해 단지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이 과정을 통해 도요시키다이 프로젝트는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마을'과 '자택에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마을' 두 가지를 화두로 내세웠다.
도요시키다이 단지가 고령자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곳은 가시와 시내에 있는 경작 포기지와 휴경지였다. 고령자들이 이곳에서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도록 만들었다. 가시와시와 UR 등은 이 사업을 진행하기 앞서 2011년 시내에 위치한 농가 일곱 곳을 모아 '가시와농원 유한사업조합'을 만들었다. 조합원 농가들은 고령자들을 고용해 체험농장 사업, 관광농장 사업, 농산물가공 사업 등 농업 규모를 확대했다.
건강한 노인들이 다른 고령자의 생활을 돕는 일자리 모델도 만들었다. 도요시키다이 안에 있는 커뮤니티 키친에 노인 5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요양시설에서 대개 두 명이 하던 일을 고령자 여섯 명이 한 팀이 돼 맡도록 하는 식의 '워크셰어링'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시와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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