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펀드에 글로벌 머니 밀물…해외 주식투자 `붐`
입력 2018-03-19 17:41  | 수정 2018-03-19 19:22
글로벌 무역전쟁·미국 금리 인상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펀드 투자자금이 미국 주식형 펀드, 특히 정보기술(IT)·금융주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사이 해외주식으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익 전망치가 하향세를 보이는 등 증시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해외 우량기업 발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주(8~14일) 글로벌 주식형 펀드로 433억달러가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채권형펀드에 24억달러가 순유입된 것에 비하면 주식으로 18배가 넘는 자금이 몰린 셈이다. 주간 단위 펀드자금을 추적하는 EPFR 데이터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에 이 같은 자금이 몰린 것은 2001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다. 2016년 11월 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한 주간 400억달러대 자금이 유입됐던 기존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특히 주식형펀드 중 상장지수펀드(ETF)에는 439억달러가 순유입되고, 뮤추얼펀드에서는 6억달러가 순유출돼 ETF의 압도적 인기를 실감케 했다.
지역별로는 미국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쏠림이 심해졌다. 이 기간 미국 주식형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346억달러로 일본(29억달러), 이머징마켓(27억달러), 유럽(13억달러) 등 다른 지역 펀드 투자에 비해 훨씬 규모가 컸다. 섹터별로도 기술주(86억달러)와 임의소비재(49억달러)에 주간 단위로 사상 최대 규모 자금이 몰렸고, 금융주에도 68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이를 종합해 보면 전 세계 자금이 미국 주식, 그중에서도 IT·금융주 쪽으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이번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서는 7억달러가 순유출됐으며 하이일드펀드에서도 9억달러가 빠져나가 9주 연속 순유출을 나타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 블랙록의 최만연 한국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기업 수익 개선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법인세 감면 효과, 재정부양 등이 달러 약세와 맞물리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본사 차원에서도 미국 주식에 대한 견해를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발 무역전쟁 우려와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로 국내 증시가 주춤거리는 사이에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대금도 크게 늘어났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예탁원을 통한 해외주식 매수 및 매도 예탁결제액은 93억4793만달러로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주식 결제 건수는 21만6653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결제액은 약 3배, 결제건수는 약 2배 늘어난 규모다. 결제액과 건수뿐만 아니라 해외주식 보관잔액도 함께 늘었다. 예탁원의 해외주식 보관잔액은 지난해 77억1300만달러(약 8조2413억원)에서 올해 121억9500만달러(약 13조304억원)로 58% 이상 증가했다.
올해 국가별 결제액을 살펴보면 미국 주식 결제액이 59억1800만달러(약 6조3234억원)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홍콩 16억3500만달러(약 1조7470억원), 일본 7억3600만달러(약 7864억원), 중국 4억5600만달러(약 4872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영국과 캐나다, 호주 등을 포함한 기타 국가 주식 결제액은 6억400만달러(약 6838억원)였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결제액이 가장 크게 늘어난 국가는 일본으로 1년 새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미국(227.93%)과 홍콩(222.37%), 중국(162.75%) 등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기타 국가는 오히려 결제액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해외주식 직접투자 규모가 늘어난 것은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과 미국의 장기물 금리가 역전됐는데 연말로 갈수록 금리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오는 22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면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를 다시 웃돌게 되는데 이는 2007년 8월 이후 10년7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이 경기확장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투자자들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동률 상승, 자본재 주문 회복 등으로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고용과 소비지표들이 잇달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세제개편안 통과로 기업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가운데 중국은 견조한 수요를 기반으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이 덕분에 최근 MSCI 전 세계 지수(AC World)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전고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8%에 불과한데 한국보다 먼저 저금리·저성장에 진입했던 일본(84%), 비슷한 경제환경을 가진 대만(120%)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향후 해외투자 수요는 꾸준히 확대될 전망인데 이 가운데 해외주식 직접투자는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한예경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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