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외대서 또 미투 폭로…"교수가 `모텔가자`고 했다"
입력 2018-03-19 14:01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대학·경찰 조사를 받던 교수가 최근 숨진 한국외국어대에서 또 다른 교수의 제자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한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폭행 의혹 등 주요 미투 사건에 대한 수사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번 주 안으로 이윤택 전 예술감독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고 이 전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오전 00시 30분 이 대학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지 '한국외대 대나무숲'에는 A학과 B교수의 성희롱·성추행 의혹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A학과 강사라고 밝힌 제보자는 "(대학원생 시절인)2008년 이후 수년간 B교수로부터 성희롱과 추행을 겪어 왔다"고 했다.
제보자는 "당시 논문 때문에 힘들어 하던 나를 도와주겠다며 연구실로 부른 B교수가 몸을 밀착시켰고 밥을 먹자며 차에 태워 '모텔에 가자'고 했다"며 "강의를 배정받은 지 얼마 안 돼 간 학과 MT에서는 B교수가 마구 껴안고, 입 맞추려 하고, 주방 옆방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학위를 받은 뒤 B교수와 같은 학회에서 일하면서도 성희롱이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제보자 앞에서 정장바지를 벗고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거나, 가방을 챙기려는 제보자를 뒤에서 끌어안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최근까지 "'어느 새끼랑 살기에 이리 얼굴이 좋아지냐, 그 새끼가 아주 잘 해주나 보다, 부럽다 부러워'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B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중동 지역 전문가로 방송 프로그램에 수차례 출연해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B교수는 입장문을 통해 "제 성숙하지 못한 언행으로 제보자의 마음에 상처와 고통을 입힌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아울러 모교와 동료 교수님, 학생들의 명예를 실추시켜 죄송하다. 교수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했다.
이 대학 재학생들은 지난 14일에도 같은 SNS 페이지에 또다른 교수가 성희롱성 발언과 어깨동무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고발한바 있다. 해당 교수는 지난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의 전 정무비서와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을 성폭행·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안 전 지사는 지난 9일 자진 출석한 후 열흘만인 19일 검찰에 두 번째로 출석했다.
안 전 지사는 조사에 앞서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소인들께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하신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조사를 충실히 받겠다"며 "그에 따른 사법처리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여성 연극인 17명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이번 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17일과 18일 이 전 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이틀간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또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수사는 지난 주말 수사로 사실상 마무리 상황"이라며 "이번 주 안으로 끝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전 감독의 가해 행위는 대부분 2013년 성범죄의 친고죄 폐지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범죄는 2010년 신설된 상습죄 조항을 적용하면 처벌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상습죄 조항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법적인 공소시효 문제 등과 상관없이 혐의를 직접 적용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희래 기자 / 임형준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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