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러시아도 영 외교관 23명 맞추방...`독살 게이트` 맞불
입력 2018-03-18 15:23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으로 촉발된 영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외교전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영국이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러시아도 17일(현지시간) 외교관 추방 등을 포함한 맞불 조치를 발표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외무부는 보도문을 통해 "모스크바 주재 영국 대사관 직원 23명을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들 외교관에게 모스크바를 떠나기까지 1주일의 시한을 주기로 했다. 러시아는 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영국 총영사관 폐쇄 명령도 내렸으며, 러시아 전역에 있는 영국문화원의 활동도 중단했다. 외무부는 "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 행동이 추가로 나올 경우 다른 대응 조치도 취할 수 있음을 영국 측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일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수감생활을 하다 스파이 맞교환으로 풀려난 전직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영국 솔즈베리 한 벤치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영국은 부녀의 신체에서 러시아 군사용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발견된 데 대해 러시아 정부가 해명을 내놓지 않자 런던 주재 러시아 외교관 추방을 골자로 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이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러시아의 제재 발표 직후 "우리도 곧 추가 대응을 고려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영국과 러시아가 한 치 양보 없는 '맞보복'을 주고받으면서 양국의 외교 전쟁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이날 메이 총리는 보수당 행사에 참석해 "러시아가 제재를 취한다고 사건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영국 땅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해 국제법을 어긴 것은 바로 러시아"라고 강조했다.
전날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사건의 배후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면서 날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대통령을 거명하는 것은 충격적이고 용서할 수 없는 외교적 결례"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러시아가 이번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음을 밝혔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존슨 장관은 앞서 "러시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스크리팔이 중독된 신경작용제를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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