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장들이 첫 공판에서 일제히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 1회 공판이 열렸다. 이들이 한 법정에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특활비가 정상적으로 국가운영에 쓰일 것으로 생각해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제공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병기 전 원장은 "국가 예산 사용에 대한 저의 지식이 모자라 나온 문제로, 책임이 있다면 기꺼이 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에게)올려드린 돈이 제대로 된 국가 운영에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안타깝고 심지어 배신감까지 느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이병호 전 원장은 "개인적인 비리 문제가 아닌 오래 지속된 제도적 미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제가 부패한 것이 아니고 만약 다른 사람이 국정원장이 됐다면 그분이 이 법정에 섰을 것"이라며 "저는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남 전 원장은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그의 변호인은 "남 전 원장은 국정운영에 필요하다는 생각해 돈을 준 것이지 그와 상관없는 용도로 사용되리라 상상하지 못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재임 기간 동안 매월 5000만원~1억원씩 총 36억 5000만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이병기 전 원장은 국정원 예산 편성 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특활비 1억원을 지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병호 전 원장은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정무수석실의 불법 여론조사 비용으로 5억원을 전달한 혐의도 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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