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의혹을 받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주거지와 극단 본부를 압수수색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의 이 전 감독 주거지와 경남 밀양연극촌 연희단거리패 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남 김해의 도요연극스튜디오와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으며 경찰은 이 전 감독의 휴대전화와 수사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은 혐의를 입증할 만한 피해자 진술 등이 확보됐을 때 실시하는 것으로 경찰은 이 전 감독을 고소한 16명 중 10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이 전 감독 고소인들은 모두 연극인으로 이들은 지난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이 전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상습강제추행죄가 시행된 2010년 4월부터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까지 발생한 성추행·성폭행에 대해 상습죄 등을 적용해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전 감독의 성폭력 의혹을 은폐·축소 시도한 의심을 받고 있는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등 2명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법무부는 이달 5일 경찰의 요청에 따라 이 전 감독에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현재 경찰이 수사나 조사에 착수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 성범죄는 모두 41건이다. 6건에 대해선 정식수사 중이며 내사 중인 8건에는 영화감독 김기덕씨도 포함됐다. 배우 조재현씨에 대해선 피해자 접촉을 시도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 씨는 이날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2차 피해를 호소하는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김 씨는 "폭로 이후 무분별한 공격에 노출돼 있으며 악의적인 거짓 이야기가 유포되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저와 가족들은 어느 특정세력에 속해 있지 않으며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막고 싶어 사건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지난 6일 서울서부지검에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위계에 의한 간음 혐의 등으로 고소했으며 지난 9일 고소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23시간30분 동안 조사받고 귀가했다.
경찰은 경찰청 감사관실 주도로 경찰 내 성폭력에 대응하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오는 15일부터 가동한다.
한편 광주광역시는 이날 전국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성희롱·성폭력 등 직장 내 여성 인권침해와 여성차별 사건을 전담하는 여성인권보호관을 두기로 했다. 여성인권보호관은 시 공직자뿐만 아니라 시 산하 공공기관 및 단체 종사자들의 인권침해 및 성피해와 관련된 고충에 대해 상담과 조사 업무를 맡는다.
[광주 = 박진주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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