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닥투자 2배 늘려 착한中企 키울것"
입력 2018-03-11 17:54  | 수정 2018-03-11 19:55
[이승환 기자]
25조 운용 '증시 큰손' 교직원공제회 문용린 이사장
"기관투자가의 사회책임투자가 확대되려면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 공개가 선행돼야 합니다."
문용린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71)은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문 이사장은 서울대 교수와 교육부 장관, 서울시교육감 등을 역임했다. 교육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 자리에 오른 그는 2016년 25조원을 굴리는 자본시장의 '큰손' 교직원공제회 이사장 자리에 취임했다. 국민연금 다음으로 가장 큰 자금을 운용하는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운용수익률 7.7%, 추정 단기순이익 4452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최근 들어 기관투자가가 사회책임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회책임투자는 인권·환경·지역사회 공헌 등 도덕적·사회적 성과를 잣대로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착한 투자'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사회적책임투자 또한 관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그는 "선생님 돈을 굴리는 교직원공제회는 윤리를 지켜야 하고 사회적으로 건전한 쪽에 투자해야 한다"며 "사회책임투자는 수익이 저조할 것이란 선입견이 있지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ESG를 실천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책임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투자 대상 기업의 ESG와 관련된 비재무적 요소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 축적·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SG란 각각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한다. 최근 투자 업계에서는 각 기업들의 환경문제 해소 노력, 사회환원, 주주(또는 고객·직원) 친화 정책을 수치화해 기관의 사회책임투자 척도로 활용하고 있다. 근로자 500명 이상 기업의 ESG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는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2000개가 넘는 상장기업 중 ESG 정보를 공시하는 기업은 100개도 안 된다.
올해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그는 "과거에는 벤처투자에 소극적이었지만 올해는 작년(800억원)보다 2배가량 많은 총 1500억원을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는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교직원공제회가 운용하는 25조원 중 1500억원은 손실이 나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벤처가 잘돼야 하고 교직원공제회는 정부 정책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공제회를 감독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과 관련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교직원공제회의 준비금 적립률은 99.6%다. 그 뜻은 교육부가 지난 47년간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잘해왔는데 금감원까지 감독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중복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교직원공제회가 77만명 회원의 재산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엄중한 책임과 신뢰 제공"이 이사장이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럭비선수가 공을 껴안고 달리듯 이사장은 회원들의 돈을 꼭 안고 달려야 한다"며 "돈을 불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원에게 신뢰를 주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교직원공제회는 이달 신사옥 입주를 앞두고 있고 최근 전사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연초부터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 이사장은 "신사옥 입주는 회사 직원들이 한국식 마인드를 글로벌하게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공제회의 운용자금이 40조~50조원이 될 텐데 그때가 되면 글로벌 펀드출자자(LP)로 거듭나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조직을 개편한 것도 글로벌 기관투자가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다. 교직원공제회는 기금운용총괄이사(CIO) 직속으로 기금운용전략실을 신설하고 기존 투자 지역별(국내외)로 구성됐던 기금운용 부문을 지역 구분 없이 투자자산군별(주식·채권, PEF·VC, 부동산·인프라)로 재편했다. 특히 신규 사업을 발굴한 후 현업 부서로 이관하는 미래전략실의 인큐베이팅 기능을 강화하고 빅데이터 협의체와 블록체인 학습조직도 구성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급변하는 투자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올해는 우물 안 개구리가 호숫가로 나가는 새로운 제2창업의 원년이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박은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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