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시행됐다. 강화된 기준 적용을 피하기 위해 재건축 절차를 서둘렀던 단지들은 국토교통부의 행정예고 종료 사흘 만에 신속히 시행에 들어가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하지만 일찌감치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잡은 강남권 일부 아파트들의 경우 빠른 사업추진을 기대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1980년대 후반 준공된 아파트가 주를 이룬다.
9일 문정시영아파트 주택 리모델링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단지의 리모델링 추진 동의율은 현재 43%다. 앞서 추진위는 지난해 4월, 9월, 12월 3차례에 걸쳐 리모델링 추진 주민설명회를 진행했다. 1989년 지어진 문정시영 아파트는 지하 1층~지상 최고 14층, 10개동 1316세대 규모다. 리모델링을 통해 주차장을 지하 3층까지 내리고 지상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황순영 문정시영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은 "올 상반기 안에 공동주택 증축리모델링조합 설립 조건인 67%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울시 지원을 받기 위해 주민들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일 4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형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범단지 5개소 내외를 모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형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15년 이상 된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을 지자체가 행·재정적으로 지원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어린이집·경로당 등 커뮤니티시설이나 주차장 일부 등을 지역 사회에 개방해 공공성도 확보하는 사업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도시계획적 요소인 정비구역 지정 단계가 없어 사업기간이 재건축 대비 3~4년 정도 짧다.
조합이 결성된 아파트단지는 1차 안전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경우 신청할 수 있다. 리모델링 추진위원회(준비위원회)가 결성된 단지의 신청주체는 입주자대표회의다. 조합이 결성되지 않은 아파트 단지는 입주자 동의율 10% 이상 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신청하면 된다.
황 추진위원장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한풀 꺾이긴 했지만, 아직 재건축을 원하는 거주민과 재건축·리모델링 모두를 거부하는 거주민이 있는 만큼 리모델링을 신중하게 추진할 방침"이라면서도 "리모델링에 동참하는 거주민이 더욱 늘어난다면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선정 사업'에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시범단지 모집 기간이 짧아 우리 단지처럼 리모델링을 준비해온 단지가 유리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담 건영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난달 9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조합 설립 인가를 통보받았다. 1994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240세대에서 269세대로 늘릴 계획이며, 빠르면 내년 말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서초구 잠원 훼미리아파트(1992년 준공)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리모델링 설명회를 열었다. 추진위원회 측은 이달 중 조합 설립 총회를 열고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외에 남산타운아파트(2002년 준공), 이촌동 한강맨션(1971년 준공), 잠원 한신 로얄(1992년 준공), 송파구의 문정 시영(1989년), 성지아파트(1993년), 강남구 개포동의 대치2단지(1992년)·대청아파트(1992년), 대치동의 선경3차(1990년)·대치현대1차(1990년) 등이 주요 리모델링 단지로 꼽힌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