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투' 불 지핀 이탈리아 배우 아르젠토 "이젠 '위투'" 동참 촉구
입력 2018-03-09 08:41  | 수정 2018-03-16 09:05

8일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서도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진과 다양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로마에서 열린 행진에서는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저지른 성폭력의 최초 폭로자 중 한 명인 이탈리아 출신 배우 겸 영화감독 아시아 아르젠토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행진의 선봉에 선 아르젠토는 "이제 우리의 목소리에 동참할 때"라며 동료 여성들에게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가해지는 부당한 차별과 폭력에 함께 맞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에서 한발 더 나아간 '위투'(We too) 운동을 제안하며, 여성들이 힘을 합쳐 남성으로 쏠린 권력 불균형에 저항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이날 이탈리아 라디오24와의 인터뷰에서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우리 문화에 뿌리 깊은 가부장적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게 종국적인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아르젠토는 작년 10월 잡지 뉴요커에 와인스틴에게 20년 전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하며, 와인스틴의 성추문이 세계적인 '미투' 운동으로 확산하는 데 불을 지핀 주인공입니다.

아르젠토 등의 폭로는 미국을 비롯해 서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정작 고국인 이탈리아에서는 일부 남성들을 중심으로 "유명세를 얻기 위해 폭로했다", "성공을 위해 자발적으로 몸을 팔았다"는 등의 비난이 성추문 피해자에 역으로 가해졌습니다.

아르젠토는 이런 비난에 큰 실망과 분노를 표현하며 당분간 귀국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고국의 여성들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한편, 이날 로마에서는 여성 단체와 노조 주도로 대중교통과 학교, 병원 등이 일제히 파업에 들어가 버스, 지하철, 기차, 비행기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며 도심에 상당한 혼란이 연출됐습니다.

북부의 경제 중심도시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행진에서는 참가자들이 여성 평등 구호를 외치며 은행과 모피 판매 상점에 분홍 물감으로 색칠한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습니다.

서유럽에서 남성 우월주의가 가장 팽배해 있다는 오명을 안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여성을 겨냥한 스토킹, 살해 사건 등 강력 범죄가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2016년의 경우 배우자나 헤어진 애인 등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 수가 총 120명에 달했습니다.

지난 주에도 로마 인근 도시 라티나에서 경찰관이 별거 중인 부인과 어린 딸 2명을 총으로 쏜 뒤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 큰 충격을 줬습니다. 잠자던 도중 총에 맞은 두 딸은 사망했고, 부인은 중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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