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SK證 매각 7개월 `인내`…케이프에 의리지킨 SK
입력 2018-03-08 17:37 
◆ 레이더M ◆
핫딜 막전막후
SK(주)는 올해 초부터 보유하고 있는 SK증권 경영권 재매각 문의에 시달려야만 했다. 지난해 7월 이미 케이프컨소시엄에 매각을 결정했지만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가 지연돼 온 데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불승인'으로 의견 가닥을 잡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7월 최종 입찰에서 탈락한 큐캐피탈파트너스와 더불어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매입의사를 밝혀왔던 J&W파트너스도 SK에 달려왔다. 케이프컨소시엄과의 딜이 무산되면 언제든 매입에 나설 수 있으니 기회를 달라는 취지였다.
SK는 케이프컨소시엄 자금 조달 구조가 금융사의 대주주 신용공여를 금지한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지만 케이프에 추가 기회를 줬다. 케이프투자증권이 이번 인수건 자금 조달에서 빠지고 대신 다른 투자자가 함께하면 해결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SK도 마냥 상대 측을 기다려줄 처지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2015년 지주회사로 출범하면서 금산분리를 규정한 공정거래법을 지키기 위해 2년 내 SK증권을 매각해야 했다. 특히 계약 시점은 지난해였지만 대주주적격성심사가 지연되면서 실제 매각이 늦어졌고 유예기간이 지나 과징금이 부과될 상황에 처했다.
지난달 SK는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0억원과 함께 지분 처분 명령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SK 입장에서는 본매각이 늦어지면서 억울한 입장도 있지만, 상대 측과 의리를 지키다 과징금까지 받게 됐다"며 "일반적인 회사였다면 이 같은 이슈가 발생하기 전에 상대 측 잘못을 지적하며 계약금을 몰취하고 다른 회사에 이미 팔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SK그룹 계열사 직원이었던 SK증권 임직원들의 향후 고용 보장 등 이슈도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
본계약 시점인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7개월 이상 기다려준 SK는 결국 케이프컨소시엄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지난 5일 J&W파트너스에 SK증권 재매각을 결정했다. 재매각에 이르기까지 SK 측이 본 피해는 120억여 원에 달한다. 608억원의 매각대금은 515억원으로 줄었고, 이 과정에서 공정위로부터 30억원대 과징금도 부과받았기 때문이다. SK 측이 손해를 줄일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케이프 측에서 받은 계약금 60억원을 몰취해 손해액을 60억원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여기서마저 SK는 '대인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계약금을 일부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케이프 관계자는 "매각 무산 책임에 대해 협의 중이며 계약금 몰취보다는 일부 돌려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계약금을 되돌려주거나 몰취하는 부분에 대해 협의 중이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SK증권의 새로운 주인으로 떠오른 J&W파트너스는 자금 조달 구조를 구축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매각이 자금 조달 문제로 틀어졌기 때문에 완벽한 구조로 대주주적격성 심사 관문을 넘겠다는 심산이다. 515억원의 자금조달안에는 SK증권 현 경영진이나 케이프 측이 일부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신생 업체로 거론되는 J&W파트너스가 500억원대 인수자금 조달과 이후 경영권 강화를 위한 유상증자 자금 조달에 성공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사실상 신인으로 등장한 사모투자펀드가 유상증자까지 감안해 단번에 2000억원대 자금을 깔끔하게 조달하고, 새 정부 들어 더욱 깐깐해진 금융사 대주주적격성 심사까지 통과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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