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엎친데 덮친 롯데…신용등급 안갯속
입력 2018-03-08 17:36 
◆ 레이더M ◆
롯데그룹의 신용등급이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주요 계열사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갖고 있으며 보유한 자산 가치도 높지만 오너 이슈와 실적 부진이 겹치며 방향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NICE신용평가는 8일 세미나를 열고 롯데쇼핑의 유통 부문 수익성 저하 추세와 지배구조 개편 추세 지연으로 그룹 계열사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이 내려갈 경우 해당 기업은 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늘어난다. 먼저 신용 전망을 하향 조정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 비해 NICE신용평가는 마지막까지 롯데그룹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었으나 지난달 말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그룹은 전반적으로 우수한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가 등급을 부여한 롯데그룹의 16개 기업 가운데 11곳이 AA- 이상을 받았다. 사업 다각화가 광범위하게 이뤄져 그룹 전반의 재무안정성을 떠받치고 있다.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롯데지주 역시 단기회사채 신용등급이 최고 등급인 A1으로 평가받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 롯데푸드 3사는 채권에 롯데지주의 연대보증을 받아 등급을 향상시켰다.
그런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은 사실상 롯데쇼핑 성적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롯데쇼핑이 전체 자회사 자산과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쇼핑이 지주회사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롯데쇼핑의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롯데쇼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백화점 부문이 점포 증가로 고정비 부담이 커지는 데 비해 매출 성장이 정체되며 실적이 떨어졌다. 지난해 백화점 부문 '이자 및 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은 약 3960억원으로 잠정 집계된다. 2016년의 5012억원에 비해 1000억원 이상 감소한 수치다.

대형마트 부문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2013년 이후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폭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중국법인에서 거액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이후 대부분의 중국 롯데마트 점포가 휴업 상태에 들어가 있다. 롯데는 중국 대형마트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진행이 더딘 상태다. 전명훈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중국 마트 사업 매각 지연으로 이익 창출력이 약해질 경우 등급 하향 조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배구조 문제도 롯데그룹 신용등급에 변수가 되고 있다. 롯데그룹을 대표하는 기업들 가운데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등은 롯데지주의 계열사가 아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자회사와 함께 호텔롯데 지분을 약 99% 보유하고 있다. 롯데물산 역시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이며 롯데케미칼 지분 가운데는 롯데물산과 호텔롯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시장은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왔다. 일본 롯데의 지배력을 떨어뜨리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신 회장이 구속되며 연내 호텔롯데 IPO는 사실상 힘들어졌다.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등의 지분도 매각 대상이다. 공정거래법에 의해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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