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헌재, 대형마트 월2회 강제휴일 등 유통법 공개변론
입력 2018-03-08 16:29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줄어든 소비는 애초 목표와 달리 대부분 온라인 구매나 중대형소매점으로 이전할 뿐, 소상공인에게는 돌아가지 않거나 그 규모가 미미합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제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정진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실제 여러 연구결과들은 전통시장과 소상인의 매출이 증가하는 등 영업재한 규제의 효과가 있었던 게 인정됩니다. 또 단순히 매출증가 뿐만 아니라 영업규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지지도도 높아졌습니다" (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략경영실장)
헌법재판소가 8일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지정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헌재는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 7곳이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2 1·2·3항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심판대상 조항은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등에 대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달 2회 안에서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형마트 측은 이해관계인인 인천 중구와 부천시, 청주시가 지자체가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자 "헌법상 재산권과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침해했다"며 2016년 2월 이번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날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공개변론에서는 청구인·이해관계인측 소송 대리인이 각 쟁점에 대해 변론한 뒤 이진성 헌재 소장(62·사법연수원 10기) 등 재판관 9명이 이들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측 대리인단과 함께 정진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략경영실장이 피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우선 양측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인의 매출을 높였는 지를 두고 맞섰다. 청구인 측은 "영업제한 조치로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 등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만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업시간 규제가 소상공인 보호라는 당초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시작된 뒤 오프라인 유통채널 전반에서 소비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16년 기준 대형마트 소비는 의무휴업 도입 전인 2010년 대비 6.4% 줄었고, 기업형슈퍼마켓(SSM)은 -1.3%, 전통시장은 -3.3% 감소했다.
조용호 재판관(63·10기)은 지자체 측에 "대형마트 규제의 효과가 오히려 온라인 쇼핑몰 등 엉뚱한 제3자에게 흘러가지 않는지"를 물었다. 이에 지자체 측 대리인은 "상반된 연구결과들이 같이 존재하지만 2017년 한국법제연구원에 따르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매출이 늘었고, 영업규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지지도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규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헌법상 경제질서에 위반되는 게 아닌 지를 두고도 장시간 질의응답이 오갔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해당 규제는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그로 인한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는 등 이해관계자들이 입는 피해 또한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유통 질서를 인위적인 경쟁제한 조치로 왜곡하는 것은 오히려 건전한 유통질서를 해치는 것"이라며 "오히려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는 중소유통업자나 입점상인들에게 손실을 강요해 중소유통업과의 상생발전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자체 측은 "영업제한으로 인해 중소유통업자들의 매출이 증대될 것임은 충분히 예측되고 그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확보해 줄 수 있다"며 "중소유통업과의 상생과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맞섰다.
마지막으로 백화점·홈쇼핑 등은 제외하고 대형마트에만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적법한 지에 대해 변론이 이어졌다. 김창종 재판관(61·12기)이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다른 대규모 점포도 있는데 대형마트만 규제해서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방향은 잘못되지 않았나"고 물었다. 지자체 측은 "대형마트 등은 소비자층이 전통시장 등 중소유통업자와 상당 부분 겹쳐 규제의 필요성이 있지만, 백화점·편의점·인터넷 쇼핑몰 등은 취급하는 물품의 가격대·종류, 주된 소비자층의 범위 등에서 대형마트 등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구인 측은 "대형마트 등에 입점한 상인과 납품하는 중소유통업자에게는 매출손실을 강요하면서, 전통시장이나 중소유통점에 입점한 상인을 차별 취급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맞섰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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