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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주총 앞두고 이사회 vs 노조 갈등 점입가경
입력 2018-03-07 15:39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조의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노사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5일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면서 노조가 제안한 정관변경안과 사외이사 추천안 등 3개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는 먼저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정관변경을 요구한 제7-1호 의안 '정관 제36조 변경의 건'에 대해 공정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낙하산 인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며 이사 후보자의 인재 풀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또 대표이사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참여를 제한하도록 한 '정관 제48조 변경의 건'을 놓고는 이미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반영된 내용이라며 이사회 내 위원회 운영은 이사회에 위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외이사 추천 안을 놓고 이사회는 "현행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및 검증 제도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은 후보가 KB금융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사회가 직접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KB금융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안과 정관 변경안이 상정됐을 때도 이사회는 별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KB노조)는 7일 오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이사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주주들의 위임을 통해 경영진을 감시하기 위해 선임된 이사회가 채용비리 등 최근의 문제들에 대해 침묵하면서 오히려 직원들이 주주 자격으로 실시한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권한 남용이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사회가 직접 선임하려는 사외이사 후보가 '뉴라이트'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낙하산 인사 배제 등 정관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노동조합이 상법상 주주제안 절차(상법 제363조의2)에 따라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인 숙명여대 권순원 교수에 대해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정한 내부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것 역시 상법상 절차를 무시하고 주주의 권한을 침해하는 권한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KB금융은 윤종규 현 회장의 종손녀 채용비리 문제로 국민은행 인사부 팀장이 구속되고 윤종규 회장의 비서실장 등 경영진들이 수사 선상에 오르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윤종규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 측은 윤종규 회장이 '도덕성' 등 평가항목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 밝혀달라는 노조의 질의 요청에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하며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윤 회장의 연임을 승인해 준 이사회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 이사회가 노조 측의 주주제안 안건을 반대하는 공시를 한 이상 KB금융 임시주총에서는 '낙하산 인사 배제' 정관 개정 문제와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측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사회에 대한 해임 건의를 포함한 다각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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