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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감동 고작 열흘? 시설 지키기 위한 봅슬레이팀의 읍소
입력 2018-03-07 11:36 
값진 은메달을 따고도 봅슬레이 4인승팀은 웃지 못했다. 사진(서울 방이동)=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방이동) 황석조 기자] 평창의 감동이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가운데 벌써부터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 썰매 종목의 미래가 바람 앞에 등불신세다.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는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종목서 은메달을 따낸 국가대표 선수들(원윤종(33)-서영우(27)-김동현(31)-전정린(29))과 이용(40) 감독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올림픽 성과에 대한 감사와 축하의 의미로 마련됐던 기자회견 자리. 선수들은 각자가 이번 대회를 끝마친 소감을 전했고 앞으로의 각오도 다졌다.
하지만 이내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용 감독이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용의 요지는 올림픽 그 이후였다. 아직 올림픽이 끝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선수들이 소외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용 감독은 올해 경기장(슬라이딩센터)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아직 슬라이딩센터 운영주체가 선정되지 못해 예산편성이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밝혔고 이어 지금까지 올림픽대비 상비군이 있었는데 등록선수가 적어 앞으로는 운용을 할 수 없다고한다. (상비군이) 어제부로 다 해산됐다”며 최근 일어난 안타까운 상황을 설명했다. 전정린은 이후 상비군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으며 원윤종과 서영우, 김동현도 이와 같은 현실이 안타깝다고 이구동성 외쳤다.
이용 감독은 안타까운 현실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선수들이 이룬 성과가 이어지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다시 예전 어려웠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썰매 종목의 미래가 끊어질 위기라고 읍소했다.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국내에서 개최해야 한다며 큰 그림까지 언급하는 등 절박한 처지를 강조했다. 이용 감독은 정부, 지자체, 대한체육회과 연맹 등에 거듭 도움과 보살핌 등 관심을 갖고 신경 써주길 희망하고 외쳤다. 국민들을 향해 관심을 이어가달라는 의미도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그 어떤 올림픽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게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다만 올림픽 이후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적지 않았다. 지금껏 자국개최 올림픽 자체가 명분이 돼 인력과 지원 관심이 쏟아졌는데 이를 대회 이후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했고 또 우려됐기 때문이다.
봅슬레이 4인승팀이 올림픽 후 시설이용에 대해 읍소했다. 사진(서울 방이동)=옥영화 기자
그리고 그 파열음이 열흘 만에 들리기 시작했다. 스켈레톤 금메달, 봅슬레이 은메달 등 성과를 거둔 슬라이딩센터지만 향후 운용방안은 안개 그 자체다. 선수들의 메달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운 상비군들도 사라지게 된다. 당장은 높아진 관심 속 시설과 제도가 운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이용 감독의 읍소처럼 상황은 빠르게 급변했고 환경은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축하의 자리가 읍소의 장이 되고 말았다. 선수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말해주듯 상황은 심각해져가고 있었다. 시설 관리 등이 벌써부터 어려워지며 평창의 기적도 위태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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