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너도 나도 `미투(Me too)`…악몽에서 벗어나려면
입력 2018-03-07 09:34 

성폭력 고발 캠페인인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우리 사회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미투운동은 법조계를 시작으로 연예계, 교육계, 정치계 등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들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은 지금도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 하루 하루 힘겨워하고 있을 지 모른다.
윤지애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성 관련 트라우마는 떠올리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비슷한 상황을 목격하거나 관련 뉴스를 접하는 등 당시 기억을 떠올릴 만한 상황이 닥치면, 다시금 그때의 상황이나 감정이 깊숙한 곳에서부터 되살아나기 때문에 호전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리고 완벽하게 치유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해결을 위해 나서야한다"고 말한다.
성 관련 트라우마의 대표적인 증상은 근심, 걱정, 불안, 초조 등이다. 일반적으로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게 된다. 그러나 자연회복이 되지 않고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낼 힘이 약화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특히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은 다른 기억과는 달리 온전하게 남아있기 보다는 왜곡, 축소 혹은 확대된 단편의 기억으로 조각조각 남아있게 된다.

잘 소화되지 않은 트라우마 기억에 갇혀 있을 경우 감정 회피, 분노와 피해의식, 수치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만약 이런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 뿐만 아니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판단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개 성 관련 트라우마는 한 개인에게 엄청난 고통이기 때문에 스스로 치유되지 않고 만성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윤지애 교수는 "심하게는 공황발작이나 환청 등의 지각 이상이나 공격성 및 충동조절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며 "고통스러운 순간을 이겨내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약물을 복용하는 등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가족과 전문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성 관련 문제의 피해자들은 사건이 발단된 것 자체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을 하거나 피해사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혼자 앓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회피는 결국 회복을 막게 되고,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의 가장 큰 방해요인이다.
윤지애 교수는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낙인찍힌 채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회피는 악몽과 같은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고 정신적으로 고통이 심할 것"이라며 "미투운동 등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동조, 공감 등의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본인 스스로가 긴 터널을 헤쳐 나오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설명한다.
성관련 트라우마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도움이 중요하다. 당사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해주고,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취미활동이나 신체활동을 함께 즐김으로써 조금씩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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