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BN이 본 신간] '조선시대 과학의 순교자' 외
입력 2018-03-06 11:11  | 수정 2018-03-06 11:11


'과학'이라는 단어가 없던 조선시대에도 과학을 하던 이들은 존재했다. 조선시대 과학자의 삶을 산 13명 이야기.

'조선시대 과학의 순교자'는 과학적 사고를 토대로 빛나는 업적을 따라간다. '동의보감'을 통해 전염병 퇴치에 진력한 허준, 흑산도 어류를 채집 관찰하여 집대성한 정약전, 최신기술로써 배다리를 놓고 화성을 건설한 정약용,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정밀한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 종두법을 보급해 천연두 퇴치에 나선 지석영,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을 찾아 전국을 누벼 '택리지'를 쓴 이중환, 수레와 선박 즉 상인과 무역의 가치를 논증하고 시멘트와 표준화를 소개한 박제가, 백과사전 '임원경제지'를 지은 서유구, 고증학을 실천한 금석학자 김정희, 기로써 동서양 지식의 융합을 시도한 최한기 등이다.

이들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조선 최초로 해부에 도전한 의병장이자 문신, 의학자인 전유형은 이괄의 난 이후 무고로 인해 참형되고 말았다. '정유각집'과 '북학의'를 쓰며 실학의 거두로 꼽히는 박제가도 함경도 종성으로 유배됐다. 6개월간 장장 4,000㎞에 달하는 대장정을 펼친 뒤 치밀하고도 생생한 기록을 남겨 '중국에 대한 이웃 나라의 가장 친절한 묘사'로 꼽히면서 세계 기행문학에도 언급되는 '표해록'을 저술한 최부. 강직한 목소리를 내던 그는 결국 갑자사화 때 참형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이, 조선의 과학이 인정받았다면 우리 역사도 다른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을까. 어려운 환경에서 뛰어난 과학적 성취를 이뤄낸 이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파격적인 제목부터 주제와 서술로 일본에서 출간될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제목만 보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되는데 독자로부터 많은 호평을 이끌어냈다.

파격적인 고백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40여년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아픔과 외로움을 담담하고 투명하게 그려낸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다.

가족, 사랑, 관계, 일 등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들어갈 수 없었던 한 여성이 자신을 마주하며 쓴 자기 고백이자 치유의 기록.



신간 '어젯밤, 그 소설 읽고 좋아졌어'는 소설을 읽으며 느낀 기분을 에세이로 풀어낸 독자의 책이다.

독자이자 저자는 소설이 지친 인생에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설명한다. 사랑도 사람도 위로가 안되는 날, 책에서 소개한 소설을 되짚어 읽으며 독자들도 책 제목처럼 '어젯밤, 그 소설 읽고 좋아졌어'라고 홀가분하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를 희망한다.

저자가 '대학내일'에 연재한 '베스트셀러 겉핥기' 가운데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글을 새롭게 정리해 묶어냈는데 누구나 한 번은 읽어봤거나 적어도 들어본 베스트셀러 소설을 읽어주지만, 소설이 미처 챙기지 못한 현실의 나를 이야기하면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자기 앞의 생'부터 사랑의 의미를 묻는 '백의 그림자' '오만과 편견' '상실의 시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한국이 싫어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까지 12편의 국내외 소설에서 위로를 찾는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상상력을 펼치는 라틴아메리카의 문학. '영웅들의 꿈'은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선구자이자 환상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작가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대표작이다.

192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배경으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는 스물한 살의 청년 에밀리오 가우나가 1927년 카니발이 한창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경마로 1000페소의 큰돈을 따면서 시작된다. 이 돈을 흥청망청 쓰며 즐기던 사흘째 밤, 술에 취한 그는 가면 쓴 여자와의 만남과 숲속에서 벌인 칼싸움 등 흐릿한 기억을 마지막으로 호숫가 낯선 집에서 홀로 잠을 깬다. 3년여의 시간 동안 가우나는 불쑥 마주하는 뜻밖의 사건들을 통해 수면 아래 잠겨 있던 기억의 조각들을 건져 나간다. 마지막으로 모든 조각이 꿰맞춰지며 드러난 진실은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빠진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전에 보르헤스에게 줄거리를 들려주었다고 했다. 보르헤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쓴 동기에 대해 "꿈에서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고 믿을 때 느끼는 불안감"을 꼽으면서 "우리는 살면서 그 꿈을 되찾으려고 안달한다"고 설명했다.



"헝클어지는 머리칼/머리를 쓰다듬는 커다란 손//엄살쟁이야/주사 맞기 싫으면/선생님 뺨에 입을 맞춰 봐" ('병원놀이' 중)

2013년 '문학수첩'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배수연 시인의 첫 시집.

'조이'라는 시적 자아의 이름에서 느껴지듯 시어들의 발랄한 표현이 돋보인다. 그러나 조이가 놓여있는 현실은 아름답기보다는 위협적이고 공포스럽다.

"노아는 유난히 손목이 가느다란 여자애들을 좋아했다 새벽에 선장실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손목뼈는 두 개씩 부러져 삐져나와 있었다. 큰 가시로 이를 쑤시는 노아를 볼 때마다 아이들의 부러진 뼈가 아물었는지 궁금했다." ('방주' 중)



온라인 DVD 대여업으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자사의 커뮤니티에 소속된 회원들의 욕구를 정확히 간파해 요금제의 연체료를 없애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입소문을 통해 점차 불어나기 시작한 넷플릭스 가입자는 현재 5,700만 명에 이른다.

신간 '멤버십 이코노미'는 넷플릭스나 에어비앤비처럼 세계 일류 기업으로 부상한 스타트업의 성공 원인을 멤버십 전략에서 찾는 책이다.

20년 넘게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게 경영 전략을 자문해주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한 멤버십 마케팅이 기업 경영과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활용 방안을 제시한다.

핵심은 고객으로 예전처럼 제품이나 거래가 아니라 고객을 중심에 두는 사업모델이다.

저자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데, 이는 사람 간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며 "멤버십 이코노미는 이 기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최고의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집주인이 사용하지 않는 빈방을 여행자에게 빌려주는 에어비앤비의 사업 모델은 사람과 소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일면식도 없던 집주인과 여행자는 새로운 유대 관계를 맺는다. 다른 회원들이 남긴 수많은 후기를 읽으면서 소속감을 느끼기도 한다. 멤버들의 충성도가 높다면 아무리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도 쉽사리 그들을 빼앗아 가지 못한다.



'매란국죽'은 사군자라 하여 예로부터 군자의 도리를 품고 있는 화초로 여겨졌다. 추사의 난화에서도 사람들은 '고고한 선비의 풍모 혹은 세속을 초탈한 은자의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추사의 붓글씨에 특별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신간 '추사코드'는 은거한 채 하늘에 목숨을 의탁하는 은자가 아니라 현실을 바꾸고자 했던 개혁가라고 주장하며 추사의 그림에도 우리가 놓친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특히 추사의 난 그림 중 '불이선란'(不二禪蘭) 분석에 집중한다. 가로 31㎝, 세로 55㎝ 크기의 이 그림에는 위쪽과 오른쪽, 왼쪽에 빽빽하게 글씨가 쓰여 있다. 이 난화의 위쪽에 기록된 화제는 '부작난화이십년'(不作蘭畵二十年)으로 시작된다고 알려져 왔다. '난 그림을 안 그린 지 20년 만에'쯤으로 해석되는 문장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화제에서 '작'(作)은 '정'(正) 자의 오독이라고 주장한다. 즉 '부정난화이십년'(不正蘭畵二十年)이 추사가 남긴 글이고, 이는 '엉터리 난 그림과 함께한 지 20년 만에'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난화 왼쪽에 있는 화제도 '시위달준방필'(始爲達俊放筆)로 봐왔던 미술사학계의 통념을 반박한다. 그림에는 버젓이 '갈 준(준<俊에서 사람인변 제거>)'으로 돼 있는데, 굳이 사람인변을 추가해 '준걸 준(俊)'으로 읽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시'(始)도 '비'(妃)가 옳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왕비가 거만한 결단을 내리게 하려고 붓을 놀리니'라는 의미가 '처음에는 달준이를 위해 그렸으니'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 같은 해석을 근거로 '불이선란' 난화에는 추사의 정치적 동지인 조인영(1782∼1850)이 세상을 떠난 뒤 당시 강력한 세도가였던 안동 김씨의 장기 집권을 막고자 했던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서 전혀 다른 해석을 풀어놓은 '다빈치 코드'의 동양 버전.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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