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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MLB돋보기] "내가 대학생이야?" 6인 로테이션을 보는 에이스의 시선
입력 2018-03-05 06:00 
해멀스는 6인 로테이션 운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스코츠데일) 김재호 특파원]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자리가 확실한 선수들은 성적이 부진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 4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2 1/3이닝동안 홈런 2개를 맞고 5실점한 텍사스 레인저스 좌완 선발 콜 해멀스도 그랬다.
이번이 첫 실전 등판이었던 그는 "오늘은 구종들의 감을 찾는데 집중했다"며 결과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유가 넘치던 그의 얼굴은 한 단어가 나오자 갑자기 일그러졌다. 6인 로테이션이 그 단어다. 이번 시즌 개막 이후 14경기를 휴식없이 치르는 텍사스는 개막을 6인 로테이션으로 맞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중이다.
그는 "이것은 야구의 일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6인 로테이션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것이 야구에 대한 새로운 분석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5인 로테이션에 익숙해왔고, 여기에 맞춰 컨디션을 유지하고 자라왔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나는 5인 로테이션에 맞춰 정신적으로 경기를 준비해왔고, 몸 상태를 유지해왔다. 6인 로테이션은, 대학교 때나 하거나 일본에서 하는 것이다. 그것은 내 멘토에게서 배운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362경기에 선발 등판한 해멀스는 4일 쉬고 나온 경기가 201경기, 그 이상 쉬고 나온 경기가 151경기였다. 4일을 쉬고 나왔을 때는 92승 52패 평균자책점 3.21, 5일을 쉬고 나왔을 때는 42승 39패 3.31을 기록했다. 6일 이상 쉬고 나온 44경기에서는 13승 11패 4.33을 기록했다.
그는 "하루를 더 쉬면 몸은 더 강해진 느낌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힘의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휴식이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멀스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무려 여덟 시즌이나 200이닝을 넘게 던졌다. 30경기 이상 선발 등판도 아홉 차례나 있었다. 그는 "매 시즌 34경기에 등판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며 정규 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염두에 두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이저리그는 한때 4인 로테이션을 소화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5인 로테이션을 넘어 이제는 6인 로테이션을 고려하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야구는 변하고 있다. 6인 로테이션 도입은 날로 늘어가는 선발 투수들의 부상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이런 변화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올스타 4회, 2008년 월드시리즈 MVP 출신인 이 에이스도 변화를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타니를 영입한 에인절스는 2018년 6인 로테이션을 도입할 예정이다. 사진= MK스포츠 DB
6인 로테이션 도입이 쉽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선발을 여섯 명을 쓰면 25인 로스터에서 벤치, 혹은 불펜 자리 하나를 없애야한다. 그리고 선발 투수는 대부분 이런 벤치, 불펜 선수보다 몸값이 더 비싸다. 많은 구단들이 6인 로테이션 도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프 배니스터 텍사스 감독도 팀에서 제일 비싼 선발 투수의 불평을 흘려듣지 않았다. 그는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인 로테이션을 고민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그는 아주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낸 투수고, 월드시리즈 MVP였다. 나는 이런 선수들이 자신만의 의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좋아한다. 그들은 그래야 한다"며 해멀스의 불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은 "레인저스의 6인 로테이션 계획이 커다란 장애물을 만났다"며 구단이 에이스의 불만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greatnemo@maek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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