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소나기 피해가자" 펀드투자 `3色 트렌드`
입력 2018-03-04 17:19 
미국발 증시 조정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에도 지각변동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의 갈래는 크게 세 가지다.
'쉬었다 가자'는 관망세가 불거지며 증시 대기자금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또 방망이를 짧게 쥐고 목표수익률만 올리면 바로 채권으로 도피하는 '목표전환형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리 인상기에 반대로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는 브라질, 러시아 등에 투자하는 신흥국 채권형 펀드도 주목받고 있다.
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국내 머니마켓펀드(MMF)에서는 3조7517억원 규모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이 기간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몰린 자금은 2조원 안팎에 불과해 1조7000억원이 넘는 증시 대기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2월 들어 미국발 증시 조정으로 글로벌 증시 전반이 흔들리자 언제든 주식시장에 바로 베팅할 수 있는 준비자금 개념인 MMF부터 잔액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펀드매니저들이 최대한 현금 비중을 늘려놓고 장을 지켜볼 때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가 돈다"고 전했다.
증시 관망세가 짙어지자 목표수익률을 낮춰 잡은 목표전환형 펀드로 돈의 흐름이 넘어가는 모습도 관측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월 목표전환형 펀드에는 2105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목표전환형 펀드는 통상 5~7%가량으로 설정한 목표수익률을 찍는 순간 펀드가 채권형으로 변신하며 변동성을 0에 가깝게 만든다.

장의 출렁임을 이용해 파도가 높게 칠때 수익을 챙기고 파도가 가라앉을 때는 채권에 올라타 안정성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2월에 나온 목표전환형 펀드만 골든브릿지스마트목표전환형펀드, KTB중국1등주목표전환형펀드, BNKKOSDAQ150분할매수목표전환형펀드 등 7종에 달한다.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유리자산운용에서 '유리글로벌거래소 목표전환형펀드'를,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이 '마이다스아시아리더스성장주목표전환형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유리자산운용 관계자는 "출시 전부터 상품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업계에서도 비슷한 제의가 잇따르는 분위기다. 한 헤지펀드사 대표는 "한 은행 웰스매니지먼트(WM) 센터에서 최근 수익률이 좋은 헤지펀드를 기초로 하는 목표전환형 펀드를 만들면 수백억 원을 모아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기존 투자자와의 이해상충 우려 때문에 제안을 거절했지만 우리 회사 말고도 상당수 잘나가는 헤지펀드에 비슷한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브라질·러시아 국채 등에 투자하는 신흥국 채권형 펀드 역시 틈새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월 한 달간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는 총 458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채권형 펀드 유형 중에 들어온 돈이 나간 돈보다 많은 것은 신흥국 채권형이 유일하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최근 들어 꾸준히 기준금리를 내리는 추세다. 금리와 채권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브라질과 러시아 채권을 산 투자자는 차익을 먹을 수 있는 구조다. 연 7~10%인 쿠폰 금리도 매력적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과 러시아는 극심했던 인플레이션이 차츰 잡히는 데다 경기도 회복세를 보이며 국가가 안정되는 분위기"라며 "앞으로도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떨어뜨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들 국가 채권은 환율이 크게 움직이면 그동안 벌어놨던 수익을 한꺼번에 뱉어내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직접 채권을 사는 대신 여러 채권을 고루 담아놓은 신흥국 채권형 펀드를 사는 이유다. 예를 들어 KB이머징국공채인컴펀드가 지난 2일까지 연초 대비 3.65% 수익률을 내는 등 증시 조정기 방어펀드로서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미래에셋이머징로컬본드펀드와 멀티에셋삼바브라질연금저축펀드 역시 연초 대비 2% 가까운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현상균 디에스자산운용 상무는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단기간에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낮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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