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 사상자를 낳은 지난 2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추락사고도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와 시공사인 포스코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외부 구조물 작업을 진행하기 전 구조대를 지지하는 고정장치와 안전작업발판 등을 확인하는 안전관리와 점검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포스코 측이 사고 이후 유가족과 나눈 면담에서도 이런 증언이 나왔다.
포스코 측은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을 끌어 올리는 작업 전 반드시 볼트 상태 등을 눈으로 확인하는데 사고 당일 작업 전에는 이 절차가 시행되지 않았다"며 "작업 관리자 등이 오후 1시부터 진행된 법정 안전교육에 참석하는 바람에 안전관리 절차가 빠진 것 같다"고 밝히며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포스코 측은 지난해 추락방지 조치를 하지 않아 관할 노동청에 적발됐고 2016년과 지난해에도 안전교육 미실시로 2차례 과태료를 부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안전불감증이 이번 사고를 부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고용노동청은 2016년 6월과 지난해 10월 안전교육 미실시 등으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허술한 외벽공사 장비를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이 3개 층에 걸쳐 있고 6개의 고정장치를 사용하지만 제일 상층에 있는 고정장치 2곳이 전체 하중을 다 받게 되고 나머지 고정장치는 구조물이 틀어지지 말도록 잡아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중을 층별로 고루 분산시키는 장비가 있지만 고가이기 때문에 대다수 업체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해운대경찰서는 사고 당시 건물 외벽과 구조물을 고정하는 장치가 갑자기 빠진 이유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54층 안전작업발판 구조물 4개 가운데 두 번째 구조물을 55층으로 인상하는 작업 중 역삼각형 슈브라켓 4개가 이탈되면서 추락했다"며 "외벽 층마다 길이 40㎝ 크기의 앵커가 박혀 있고 이곳에 역삼각형 모양의 슈브라켓과 길이 45㎝ 크기의 볼트가 작업발판 구조물을 지지하는데 현장을 살펴보니 슈브라켓 4개가 모두 이탈해 있었고 한 곳에서는 앵커까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3일에 이어 4일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사고현장에 대한 두 차례 정밀 감식을 벌여 구조물 고정장치의 이탈 원인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공사 외주화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도 경찰은 살펴보고 있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620억원에 건물 외벽 마감 작업을 하는 조건으로 A사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고 A사는 B사에게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을 이동시키는 작업을 시켰다"며 "A사와 B사 간 계약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B사가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을 이동시키는 업체로 적합한 회사인지 등 적격성 여부에 관해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 박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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