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로 도울 일 많은 한-호주, 교두보 역할 할 것"
입력 2018-03-02 09:21  | 수정 2018-03-02 10:05
옥상두 해울 사장 [사진 = 강영국 기자]

"지난 2014년 한-호주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양국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 중소기업의 호주 진출 성공사례가 적고 워킹홀리데이 지원자 수가 예전보다 줄어드는 등 보완해야 할 점도 많습니다. 유학생 출신 한인 1세대 호주 시장으로서 양국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싶습니다."
한국과 호주 모두 정(情)이 많은데다 IT와 낙농업 등 양국이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앞으로의 협력이 기대된다고 힘주어 말하는 옥상두 해울 사장(前 호주 스트라스필드 시장)을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그랜드힐튼서울 호텔에서 만났다.
옥 사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거제 출신으로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후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는 5년 여 만에 호주행을 선택했다. 호주에서 정치학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며 호주 정계에 뛰어들어 지난 2015년 시드니 인근 스트라스필드 카운슬에서 한인 1세대로는 처음으로 시장이 됐다. 스트라스필드는 4년 임기의 7명의 의원이 투표를 통해 1년마다 시장을 선출한다. 한인 커뮤니티는 물론 호주의 이민자 사회와 호주 주류사회를 연결하려 노력하면서 지난해 호주연방 상원의원 공천을 받아 경선에도 나선 바 있다.
현재는 (사)한·호 정경포럼협회장을 맡아 매년 한국·호주 정치경제 포럼을 열고 있다. 2014년부터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던 포럼을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 개최한 데 이어 올해는 상·하반기로 나눠 양국에서 순차적으로 열 계획이다.
그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호주 내 인식은 우호적인 반면 많은 한국 중소기업이 호주에 진출하고 싶어도 마땅한 길을 찾기 어렵고 경비 부담도 크다"며 "투자자 모집 중심의 일회성 행사가 아닌 365일 한국 신기술과 신상품을 소개하고 즐길 수 있는 한국중소기업상품관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홍보관은 단순히 업체에 홍보 부스를 제공하는 것 뿐 아니라 현지 지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장기적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교민 뿐 아니라 현지인과 현지 기업이 적극 참여하도록 호주 정계를 움직이고 현장에서 상품 판매도 가능하도록 해 지역주민들이 쉽게 찾는 몰(mall)의 역할도 해낼 것이라는 게 옥 사장의 설명이다. 현재 시드니를 중심으로 설립 지역을 물색 중이다.
사회 문제도 고민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떠나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자 교민들과 함께 개선책을 찾고 있다. 물론 한국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점도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문제점 개선과 활성화에 적극 나서게 된 이유라고 한다.
옥 사장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하면 영어가 익숙해지기 전까진 할 수 있는 일도 적고 현지 적응에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면서 "하지만 유학생 대상 범죄나 임금 착취 등의 문제는 현재 호주에서 크게 완화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주 정부에 개선을 위한 제안 외에도 워킹홀리데이에 참가하는 청년들이 농장 등 지역 일터로 갔을 때 음식이나 외로움 등으로 힘들어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동포 노부부 등이 해당 지역에서 그들과 함께 숙식하는 커뮤니티를 구상 중"이라며 "한국 학생들의 근면성실함에 박수를 보내는 기업이 많은 만큼 교민 기업은 물론 믿을 수 있는 호주 기업들을 선별해 연결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옥상두 해울 사장(왼쪽)과 이안 브로데릭 NBI 대표 [사진 = 강영국 기자]
국내 양고기 수입에도 나선다. 정확히 말하면 호주에서 한국으로의 수출을 말한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위주의 국내 육류 시장을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옥 사장은 "양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은데다 각종 비타민을 함유해 면역력 증가에 좋은 고급 청정육"이라며 "고품질의 양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국민 건강 증진과 한국의 양고기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해울(Haewol)이라는 법인을 만들고 현지업체인 NBI와 손잡아 양고기를 공급하기로 했다. 해울과 NBI는 기존의 양고기 유통·판매에서 벗어나 생후 6~10주의 베이비램(baby lamb)을 직접 구입한 뒤 전용 목장에 위탁 사육하고, 도축한 양고기를 카카스(통양) 형태로 한국에 수출한다. 가공·포장을 한국 업체가 맡으면서 가격을 낮췄다. 국내 업체들과 손잡고 대형마트 입점을 앞두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자리 창출 정책에 집중하는 가운데 한국 쪽의 협력 기업(이헌태 스프링램 대표)이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도 한-호간 교류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는 옥 사장에게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가락 흑마늘(회장 정윤호)과 함께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잡고 육질을 높이기 위한 특허를 준비하는 등 품질과 맛 차별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옥 사장은 내년에 있을 호주 주정부 선거와 연방 선거도 노린다. 다시 한 번 상원의원에 도전한다는 각오다.
옥 사장은 "주 정부나 연방정부 대표자로 일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라며 "민관 합동으로 한국과 호주의 실질적인 교류와 양국 모두에 기여하는 정책을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