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릿츠 양재점에서 판매하는 소보로빵. [사진 출처=이지영 인턴기자]
물건을 판매한 수익금의 전부 혹은 일부를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 사용하는 착한 가게가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보로빵 1개당 1000원씩 적립해 매년 200여만 원씩 두 차례 기부하는 '천사 카페'가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지난 2015년 5월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처음 문을 연 프릿츠(FRITZ·본래 사명 받침은 ㄷ이지만 글씨가 깨져 ㅅ으로 대체) 커피컴퍼니는 2016년부터 소보로빵 정가 1800원 중 1000원을 적립해 기부하기 시작했다. 프릿츠는 현재 도화점을 비롯해 원서점과 양재점 등 3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이 카페는 왜 이같은 선행을 시작하게 됐을까. 궁금증에 지난 26일 양재점을 직접 방문했다.
프릿츠 양재점 입구모습. [사진 출처=이지영 인턴기자]
매장은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총 3개의 층으로 이뤄졌다. 착한 가게는 소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가 인상 깊었다. 오후 3시라는 애매한 시간대에 방문했지만 빈자리가 별로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소보로빵을 통한 기부 아이디어를 낸 허민수 프릿츠 셰프(36)는 "직업은 하나의 돈벌이기도 하지만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제빵사는 좋은 빵을 만드는 것 외에 빵을 판돈으로도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생각을 회사 구성원들과 나누고 싶었다"며 "단순하게 말로 전달하기 보다는 기부라는 행위를 통해 직접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허 셰프는 과거 자신의 개인 빵집을 운영했을 때부터 기부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기부를 통해 진지한 직업정신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직업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이 자기 직업에 대해 조금만 더 진지해져도 세상에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이라며 "기부를 통해 빵 만드는 일에 조금 더 진지하게 임하고 그래야 더 좋은 빵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허 셰프의 이런 생각은 '소보로빵 기부'가 손님들에게 홍보되지 않은 점에서도 드러난다. 기부를 통해 실현하고 싶은 의미가 과장되기를 꺼리는 것. 허 셰프는 "직업인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할 뿐"이라며 "기부를 해서 더 유명해져야겠다는 마음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페 단골이라고 밝힌 우성배 씨(25)는 "카페를 자주 방문하면서 빵을 먹었지만 소보로빵 기부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알렸다면 기부의 의도가 변질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날 프릿츠를 처음 방문한 정지원 씨(21)는 "소보로빵 기부 사실을 알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며 "대놓고 홍보하기 보다는 빵 포장지 아래에 간단한 스티커 정도로 알 수 있게 해주면 사먹으면서도 기부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릿츠에서 판매하는 소보로빵. [사진 출처=이지영 인턴기자]
하고 많은 빵 중 왜 소보로빵일까. 허 셰프는 "손님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빵 중에서 고르다보니 선택하게 됐다"며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프릿츠는 한국희귀질환재단과 국경없는의사회, 홀트아동복지회장 등 다양한 곳에 기부를 하고 있었다. 후원하는 곳은 종교적인 색채가 없으며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곳들 중 제빵사들이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이에 대해 허 셰프는 "제빵사들이 후원할 곳을 직접 결정함으로써 '자신의 직업이 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구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좀 더 진지하게 빵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이곳에 입사한 임경진 씨(32)는"따뜻한 마음이 빵에 전달된다고 생각하니 더 정성을 들이게 된다"며 "기부가 실제로 좋은 동기가 됐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이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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