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미세먼지가 심한 날 출퇴근시간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정책을 결국 포기했다.
시는 지난 1·2월 3차례 대중교통 무료 이용 정책을 시행하면서 한 번에 5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정책 실효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해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총 7회 실시하기로 한 정책을 예산을 늘려서라도 계속 시행할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정책 시행 두 달만에 백기를 들었다. 시는 올해 총 250억원의 예산을 대중교통 무료 이용 정책에 편성했으나, 3차례 시행만에 150억원을 써버렸다.
시도 자체적으로 정책 실효성을 증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대중교통 무료 정책에 따른 미세먼지 배출량 저감 측정에는 여러 모델들이 있다"며 "시가 교통량 감축·대기질 개선 효과에 대해 검토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과가 미미해 정책을 중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황 본부장은 "원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차량 의무 2부제가 법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 취한 한시적, 제한적 조치로 후퇴하거나 회귀하는 정책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자율 2부제 확대에 대한 시민공감대, 강력한 정부 정책 등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었던 만큼 이제는 그 목적을 다했다고 판단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27일부터는 초미세먼지가 이틀 연속 '나쁨' 수준으로 예보돼도 출퇴근시간에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없다.
대신 시는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자가용 운행을 자제하는 이들에겐 인센티브를 주는 '시민주도 8대 대책'을 이날부터 새롭게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르면 상반기부터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날 공해 유발차량의 서울 내 운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2005년 12월 이전 등록된 2.5t 이상 경유차 등을 '서울형 공해차량'으로 정하고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는 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행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 현재 저공해조치를 하지 않은 2005년 12월 이전 등록된 2.5t 이상 차량은 서울에 8만대, 경기·인천에 32만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해차량을 단속할 단속시스템도 기존 37개에서 하반기 80개로 늘린다.
하지만 이 정책을 시행하려면 시민 공청회, 시의회 심의, 경기도·인천과의 협의 등 여러 절차들을 거쳐야 해 실제 단속은 하반기나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 차량의 친환경 수준을 7등급으로 나눠 라벨을 부착하는 '자동차 배출가스 친환경 등급제'를 도입한다. 올해 연말부터 등급 하위인 5∼6등급 차량의 사대문 안(녹색교통진흥지역) 운행을 시범적으로 제한하고, 내년부터는 전면 제한한다.
비상저감조치 발령 때 자동차 운행을 하지 않는 개인과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준다. '승용차 마일리지' 회원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일에 자발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 번에 3000포인트를 특별 부여한다. 승용차 마일리지는 연간 주행거리 감축량·감축률에 따라 연 2만∼7만원의 인센티브를 모바일 상품권, 아파트 관리비 차감 등의 방식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현재 5만명인 승용차마일리지 회원을 상반기 중 1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편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주도할 수 있도록 32개 시민단체가 연대해 발족한 '미세먼지 나부터 서울시민 공동행동'과 협력해 차량 2부제 참여 캠페인 등도 펼칠 예정이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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