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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 “스피드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
입력 2018-02-27 08:07 
26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야구장에서 SK 와이번스 롯데자이언츠의 연습 경기가 열린다. 김광현이 훈련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日 오키나와)=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안준철 기자] 네가 에이스야? 두 경기는 던져봐야 되는 거 아니야?”
26일 SK와이번스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구장에서 손혁 투수코치가 한 장발의 사내를 향해 짓궂게 말했다. 머리카락이 등에 닿을락 말락하는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었다. 제가 에이스가 맞나요?” 손 코치의 농담 섞인 말에 역시 농으로 받아친 이 사내는 SK의 에이스가 맞았다. 바로 김광현(30)이었다.
2007년 1차지명으로 SK에 입단한 김광현은 신인시절부터 에이스라는 칭호가 맞는 투수였다. 비록 신인시절이던 2007년 정규시즌에서는 3승7패라는 높은 프로의 벽을 맛봤지만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하며 에이스로 등극했다.
하지만 2016년까지 매년 등판을 거르지 않았던 에이스는 지난해 사라졌다. FA계약과 함께 SK에 남았던 2016년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고, 2017년은 통째로 재활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김광현답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2011년과 2012년에도 1군에서 사라지지 않았기에 김광현의 부재는 SK도 낯선 상황이었다.
이제 SK는 다시 낯익은 상황이다. 김광현이 1년 만의 재활을 마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달라져 있었다. 김광현의 얼굴은 까무잡잡했다. 머리도 길어져서 돌아왔다. 머리카락은 정규시즌 개막 후 첫 등판 이후 자르기로 했다. 기자는 김광현에게 장발이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 길러보라고 권유했지만 김광현은 던질 때 머리카락이 눈을 스쳐서 자를 겁니다”라고 말했다. 굳이 공식 등판 이후에 자른다고 다짐했던 건 무사히 재활을 마쳤다는, 스스로에 주는 상이라는 의미부여였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김광현의 복귀가 중요 이슈 중 하나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김광현은 이전과 같다. 부상 때문에 어느 정도만 해야지, 어느 정도껏 해야지 이러면 나약해진다. 평상시 다른 선수들하고 같이 원래 시즌 준비하는 것처럼 똑같이 하고 있다. 부상을 당했다는 건 어쩌면 핑계거리다. 작년에 수술해서 게임하는데 지장이 있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김광현의 책임감도 여전했다.
재활은 지겹다. 다시 아프기라도 하면 전진할 수 없다. 에이스는 그런 과정을 묵묵히 이겨냈다. 물론 그도 힘들었다. 재활하는 과정 중에는 게임을 못나가는 게 제일 힘들었다. 육체적으로는 운동만 하면 되니까 힘들지 않았다. 팀이 힘든데 못나가니까 참기 힘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잘 가더라. 작년에 못했던 거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광현은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린 미국 플로리다에서 최고구속 150km를 찍었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 만에 150km를 기록한 투수는 드물다. 그만큼 김광현의 몸상태는 좋다. 포수 이재원은 진짜 수술을 받은 선수가 맞나싶을 정도다”라며 김광현의 공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김광현은 스피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얼마만큼 게임감각 돌아왔는지가 중요하다”며 사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시범경기까지가 재활의 마지막 단계다. 신중하게 공 하나하나 던지는 연습부터 주자가 나갔을 때와 같은 상황도 판단해야 한다. 테스트할 게 많다. 근데 시간이 짧다. 시범경기도 짧고 다른 투수들도 등판해야 한다. 집중해서 몸을 만들어야겠다”고 덤덤히 말했다.
26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야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연습 경기가 열렸다. SK 김광현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日 오키나와)=천정환 기자
김광현의 복귀로 KBO리그는 다시 그와 동갑내기인 양현종(KIA타이거즈)과의 좌완 에이스 대결을 볼 수 있게 됐다. 양현종은 지난해 20승과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MVP를 석권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등극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양현종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지는 않았다. 작년에 워낙 잘했고, 저도 응원했다. 작년에 우승했기 때문에 우리팀이 그 자리를 뺏어야 하는 입장이다. 붙을 수도 있고 안 붙을 수 있다. 하지만 대결은 KIA 타자랑 저랑 하는 것이고 양현종과 붙는 게 아니다. 우승을 하려면 KIA를 잡아야 한다. KIA는 넘어야 할 산이다.” 김광현이 염두에 있는 건 팀 우승이다.
김광현이 건재하던 시절 SK는 첫 우승을 포함해 3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이유까지 포함해 에이스의 귀환은 팀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또한 에이스라는 책임감이 강하다. 첫 번째로 우승이 우리가 할 일이다. 우승을 하려면 내가 어느 정도 해야될까 생각 해봤다. 물론 감독님이나 구단에서 관리해주신다고 하지만. 저 나름대로 더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근데 욕심이라는 생각 들기도 한다.”
개인목표도 명확했다. 10승을 해야지 다른 선수들한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예전에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목표였다. 지금은 내가 나가는 경기에 이겨야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에이스의 책임감이다.
팀 동료들은 김광현의 복귀만으로도 긍정의 에너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김광현도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고 있다. 코치님들도 그렇게 많이 말씀하시지만, 프로선수라면 어느 정도 실력은 있는 것이다. 결국 멘탈 문제인 것 같다. 투수들 자신감만 있으면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듯하다.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마운드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말을 많이 해주고 있다.” 에이스 김광현의 존재감은 강했다.

김광현
1988년 07월 22일
덕성초(안산리틀)-안산중앙중-안산공고
SK와이번스(2007~ )
2005년 제6회 아시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06년 제22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국가대표
2008년 KBO리그 정규시즌 MVP
2008년 골든글러브
2008년 다승 탈삼진 1위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2009년 평균자책점 승률 1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2015년 WBSC 프리미어 12 국가대표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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