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윤택 성폭력 사과 리허설까지…연희단 거리패 거짓 기자회견 의혹
입력 2018-02-21 16:01 

연극연출가 이윤택씨(66)의 성폭행 의혹관련 "(이윤택의 성폭행은) 사실이었고 그것은 강간이었다"는 연희단거리패 단원인 내부고발자의 폭로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고발자는 연희단거리패가 이씨의 성추행 사과 기자회견에 앞서 사태를 덮기위해 조직적인 리허설을 가졌다고도 주장했다. 이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성폭력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19일 공개 사과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희단거리패는 1986년 이씨가 설립한 극단이다.
연희단거리패 단원으로 활동하는 배우 오동식씨는 21일 오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는 나의 스승을 고발합니다"는 글을 올리고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오씨에 따르면 '안마 성추행' 의혹이 처음으로 SNS에 제기된 14일 새벽 이씨와 극단 대표는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씨는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진행 중이던 공연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피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때만 해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씨의 성폭행 의혹이 제기되기 전이었다. 연희단거리패는 부산과 울산을 오가며 어떻게 하면 파장을 최소화할지 대책 논의에만 집중했다고 오씨는 밝혔다. 이 과정에서 연희단거리패 단원은 성추행을 폭로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에게 모욕적 언사를 했다. 오씨는 "이윤택씨가 자신이 연극을 당분간 나서서 할 수 없으니 저와 같은 꼭두각시 연출을 세우고 간간히 뒤에서 봐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때부터 이씨는 변호사를 알아보며 상황을 정리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사건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 김보리씨(가명)가 이씨의 성폭행을 폭로하면서 급반전했다. 오씨에 따르면 이때만 해도 연희단거리패는 성폭행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오씨는 "보리라는 분의 글이 진짜인지 극단 대표가 물었다"면서 "사실이었다. 그것은 강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성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극단 내부에서는 의혹을 인정했던 것이다. 이씨가 거짓말로 사과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오씨에 따르면 이씨는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당시 김보리씨의 어머니와 얘기가 된 사안이라고 변명했다. 오씨는 "이윤택 선생은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형량에 관해 물었다"면서 "기가 막혔다. 그리고는 사과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치 노래 가사를 만들 듯이 시를 쓰듯이"라고 전했다. 사과문을 전부 작성한 뒤 이씨는 기자회견 리허설을 하자고 극단에 제안했고 실제로 했다. 오씨에 따르면 극단 대표는 이 과정에서 "선생님 표정이 불쌍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시면 안돼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다시 표정을 지으며 "이건 어떠냐"고 물었다고 오씨는 말했다. 그는 "그곳은 지옥의 아수라였다"면서 "방금 전까지 사실이라고 말하던 선생님은 이제 내가 믿던 선생님이 아니었다. 괴물이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오씨는 1년 전에도 동기 A씨가 이씨를 고발한 SNS글을 올렸고 이를 극단 대표가 무마해 덮었다고 폭로했다. 사실상 이씨의 성폭력을 연희단거리패가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연희단거리패는 그동안 이씨의 성추행을 알고 있었지만 항의했고 이씨는 잘못을 인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윤택씨외에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조민기, 연극연출가 오태석씨도 성추행 폭로후 부적절한 대응으로 추가 폭로가 잇따르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배우 조민기씨는 첫 폭로가 나온후 소속사를 통해 "명백한 루머"라고 강력 부인했다. 이에 대해 청주대 연극학과 출신 배우 송하늘은 21일 SNS에 "조민기 교수가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며 "저와 제 친구들, 선후배들이 당한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라고 밝혔다. 이는 조씨가 "성추행은 명백한 루머고 사표를 낸 것은 강연 내용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는 반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조씨는 2004년 이 대학 겸임교수를 시작으로 2010년 연극학과 조교수로 부임, 지난해까지 학생을 가르쳤다.
이날 충북지방경찰청은 조씨의 여학생 성추행 의혹에 대해 내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0일 조씨가 재직했던 대학 측에 성추행 진상 조사한 내용을 요청했다. 또 피해 학생들을 직접 찾아 진술도 확보할 계획이다. 아직 조씨에 대한 성추행 관련 고소·고발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예대 총학생회는 오태석 서울예대 석좌교수(78)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성명을 내고 "오 교수의 교수직 해임과 서울예대에서의 퇴출,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공개 사과를 총장과 대학본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규식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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