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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임창정 원맨쇼 아닌 협업으로 빛난 ‘게이트’
입력 2018-02-20 08:0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어쩌다 열린 ‘게이트가 아니다. 제대로 통쾌한 B급 풍자극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모티브로 재기발랄한 신선한 범죄 코미디의 탄생이다. 임창정을 전면에 내세운 듯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그가 깔아놓은 판에 정려원 정상훈 이경영 이문식 등 다채로운 개성파 어벤져스 군단이 저마다의 색깔로 제대로 뛰어 논다. 조화로운 협업이 만들어낸 유쾌한 시너지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지난 19일 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 ‘게이트(감독 신재호)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금고털이단으로 뭉친 수상한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절대 금고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작 단계부터 ‘최순실 게이트를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알려져 관심을 받았다.
단순한 이치를 깨달았다. 영화는 현실을 담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이 워낙 영화를 뛰어 넘기에 풍자와 해학을 곁들어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톤을 순화시켰다”는 신재호 감독의 말처럼 영화에는 ‘최순실 게이트를 떠올리게 하는 구체적인 상황과 소품들이 대거 배치됐다. 해당 사건과 관련 인물들을 캐릭터에 차용했고, 의상실과 태블릿 PC, 촛불 등 구체적인 도구들이 등장한다.
현실을 능가하는 판타지와 같은 현실, 자칫 톤 조절의 실패로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될 수도 있었지만 감독은 이 같은 소재를 기대 이상으로 똑똑하게 다룬다. 과도하게 비틀거나, 묵직한 의미를 억지스럽게 부여하기 보다는 지극히 영화적으로 단순하게 풀어가 소재의 무게를 반어적으로 극대화시키는 것.
예측 가능한 임창정표 원맨쇼가 아닌 정려원 이경영 이문식 김도훈을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들의 공공의 적이 되는 여기에 정상훈은 살벌한 악랄함부터 찌질하고 미워할 수 없는 악동미까지 모든 요소들을 충족시키며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시킨다. 저마다가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은 존재감을 보여주는 조화로움 안에서도 가히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변두리 동네의 한 아파트에 모인 타고난 설계사 백조, 기억상실에 걸린 전직 검사, 한물간 금고털이 기술자, 프로연기파 도둑, 미스터리한 훈남 해커 등 신선한 캐릭터들의 조합과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전개, 적당한 신파와 고도의 유머 코드, 결정적으로 기가 막힌 수위의 풍자가 제대로 조화를 이뤘다.
‘게이트의 새로운 재해석을 보여주면서도 액션극의 강렬한 긴장감도 살아있다. 여기에 통쾌한 카타르시스와 소소한 웃음이 가득하니 빠져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흥미로운 소재, 하지만 다소 촌스러운 외관으로 화제성에 비해 기대치가 낮았던 게 사실. 영화는 이 같은 시선마저 똑똑하게 활용해 제대로 통쾌한 한 방을 날린다. 겉멋도, 과도한 비틀기도 없이 온전히 관람 내내 웃으며 즐길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소소한 듯 내실 꽉찬 범죄 코미디의 탄생이다.
오는 28일 개봉. 임창정 정려원 정상훈 이경영 이문식 김도훈이 출연한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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