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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미약품 쇼크?…7억弗 기술수출 `삐끗`
입력 2018-02-14 20:40  | 수정 2018-02-14 22:17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기술수출한 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이 중단됐다. 한미약품 측은 기술수출계약 취소가 아니며 신약을 류머티즘 관절염이 아닌 다른 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수조원 규모 기술수출계약 체결 소식에 급등했던 한미약품 주가는 2016년 말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와의 계약이 취소·변경되면서 반 토막까지 떨어진 바 있다.
14일 한미약품이 릴리에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 'HM71224'의 임상시험이 중단됐다고 공시하자 시간외거래에서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릴리는 그동안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해왔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해당 후보물질을 류머티즘 관절염이 아닌 다른 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HM71224는 한미약품이 2015년 3월 다국적제약사 릴리에 총 7억달러(약 7500억원)를 받기로 하고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생체 활성화 효소 'BTK'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면역질환 치료제이며 'BTK 억제제'로 불린다. 류머티즘 관절염 뿐 아니라 전신성 홍반성 낭창(루푸스), 신장염 등 면역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당시 한미약품은 릴리로부터 계약금 5000만달러를 우선 받았으며, 이후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 과정에서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6억4000만달러를 받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릴리는 임상 2상 중간분석에서 목표하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릴리가 임상 2상 중간분석에서 목표하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임상을 중단하겠다고 이날 알려왔다"며 "다른 적응증 개발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릴리의 임상 2상 중단과 새로운 적응증 개발 협의에 따른 계약서상 변경은 물론 계약금 또는 단계별 기술료 반환 등의 비용상 의무사항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2016년에도 신약 기술수출계약 취소에 따른 주가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2016년 9월 30일 발표된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의 기술수출계약 취소 소식에 한미약품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8.06% 급락해 50만8000원 종가를 기록했다.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고 지난해 12월 29일 마지막 거래일에는 종가 기준 30만5500원까지 떨어졌다. 세 달 사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2326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실적보다는 임상 진전에 따른 파이프라인 가치에 주목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주가도 큰 변동 없이 5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릴리에 기술수출한 신약 임상 중단을 발표하면서 파이프라인 가치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한미약품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56% 오른 54만1000원으로 마감했는데, 시간외거래에서는 종가 대비 9.98% 내린 48만7000원까지 하락하는 등 맥을 못 추는 양상이다.
[김혜순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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